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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중남미 쿠데타 뒤엔 이 학교 출신들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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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메리카 군사학교
 레슬리 질 지음
이광조 옮김, 삼인
424쪽, 1만8000원

미 육군의 아메리카 군사학교(The School of the Americas)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의 중남미 정책을 조명한 책이다. 미국에는 미군과 외국군인을 함께 훈련시키는 군사학교가, 공개된 곳만 해도 150개에 이른다. 조지아 주 콜럼버스 시의 포트 베닝 기지 안에 있는 이 학교도 그 중의 한 곳이다. 당초 1946년 파나마 운하지역에 설립됐다가 84년 옮겨 왔는데 개교 이래 6만 명 넘는 중남미 출신 군인들에게 반란진압 교리 등 군사기술을 훈련시켰다.

SOA는 냉전 기간 중에는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기 위한 군 간부들을 양성했다. SOA출신들은 모국에서 군과 경찰의 요직을 차지하며 자본주의 질서를 떠받쳐 주었다. 냉전 후에도 이들은 마약 또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미국과 손잡은 채 권력의 중심을 지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아르헨티나, 파나마, 엘살바도르 등에서 수많은 민간인의 납치· 고문· 살해와 73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좌파 정부를 전복한 쿠데타 등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폐교 논란이 일었다. 비판자들은 이곳에서 가르친 억압적 전술들이 반군이나 마약범을 상대로 쓰여지기보다는 가난한 농민과 자유지향적인 민간인을 탄압하는 수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름을 ‘서반구 안보협력 연구소’로 바꾸고는 살아남았지만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지은이는 책에서 ‘제국의 보병’을 키우는 SOA의 임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라 믿는 이들에겐 상당히 불편하지 싶다. 하지만 SOA수업을 참관하고, 각국의 졸업생들을 인터뷰하는 등 꼼꼼한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만큼 미국의 또다른 맨얼굴을 만날 수 있다. 물론 SOA의 폐해는 ‘일부 망나니 졸업생’ 탓이라 할 수도 있긴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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