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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성장에 "원더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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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산업자원부가 코엑스 아셈홀에서 개최한 '월드 비즈니스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 2002'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는 독일 알리안츠 그룹의 슐트놀르 회장을 비롯해 BMW 판케 회장,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다우코닝 앤더슨 CEO 등 세계적인 CEO 4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조정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대한(對韓)투자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IT 강국'=참석자들은 한국의 정보기술(IT)분야 발전과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높은 점수를 줬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알란도 아얄라 부사장은 "1990년대 들어 세계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IT 분야로 변했다"며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을 널리 보급하는 등 IT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특별한 시장이 됐으며, MS 제품을 테스트하는 시장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 역시 "한국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은 소프트뱅크의 주요 사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은 아직 미흡'=다우코닝의 앤더슨 사장은 "과거에는 한국에 공장 하나 세우려면 2백여개의 공문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원스톱 서비스가 될 정도로 규제가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리안츠의 슐트놀르 회장은 "국제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은 금융 분야에서 아직 규제가 많으며, 특히 영어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져 사업을 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볼보 코리아의 에릭 닐슨 사장은 "외국 기업의 투자에서 자본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기업 문화를 융화하려는 노력"이라고 지적한 뒤 "한국은 이 부분에서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투자하겠다'=캐나다 타이거트레드의 프레보 사장은 "한국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고 있어 리조트와 레크리에이션 사업에 유리하다"며 "앞으로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레크리에이션 산업에 2억달러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BP·쉘·엑손 모빌·트랙터벨·미란트 등 다국적 에너지 기업의 경영자들은 특히 발전 부문 매각 등 공기업 민영화에 관심을 보였다. 벨기에 에너지 회사인 트랙터벨의 더크 사장은 "그동안 한국 업체들과 가스·수자원 개발 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발전 민영화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하면 돈 벌 수 있다'=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4대 부문 개혁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한국 경제는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됐다"며 "지난 4년간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한 규모는 이전 36년간 투자액의 두배를 훨씬 넘는 5백20억달러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세계적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냈다"면서 한국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21세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전략'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부산과 광양을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개발하고, 그동안 구축해 놓은 IT 인프라를 통해 동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 국가로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표재용·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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