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대기 교수임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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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대가 BK21(두뇌한국 21)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을 교수로 편법 채용해 수천만원씩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 대학이 정·관계에 줄을 대거나 바람막이를 만들기 위해 이 정도로까지 편법을 쓰는지 놀랍다.

權전고문의 경우 1998년 9월 '대우교수'로 위촉해 1년6개월간 매달 2백만원씩 지급했는데도 강의는 특강 두차례뿐이었다면 이 돈은 '뇌물'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대학 관계자 대부분이 權전고문의 대우교수 위촉사실을 몰랐고, 뒤늦게 노조측의 문제 제기로 지급했던 돈을 학교발전기금 형식으로 환수한 것을 봐도 학교 스스로 떳떳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

또 비리에 연루돼 퇴직한 교육부 간부를 조교수로 임용,그가 해외에 나가 실제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 18개월간 9천여만원을 지급한 것도 교육부와 줄을 대거나 로비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심증을 굳히게 만든다. 아태재단 미주 후원회장을 지낸 인사와 사업가 출신도 강의실적이 없거나 외국에 체류하며 대리인을 내세워 강의했는데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편법의 극치다.

7년간 1조4천억원이 투입되는 BK21 사업선정과 지원금 부당사용을 놓고 그동안 말이 많았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경기대측은 BK21 사업이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정됐고, 특정 학교와 특정 인사의 영향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업선정을 앞둔 시기에 정권의 실세와 교육부의 전직 관련인사 등이 석연치 않게 임용돼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급여를 받았다면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교수 임용이 정·관계 줄대기나 바람막이 등 대학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구태가 남아있는 한 대학 개혁의 가능성은 없다. 철저한 감사를 거쳐 엄중한 관계자 문책이 있어야 대학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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