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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비방광고 삼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려했던 대로 지방선거 입후보 등록 첫날부터 탈법·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벌써 당국에 적발되거나 입건된 사람이 4년 전 지방선거의 10배 가까운 수를 기록하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다. 이런 불·탈법 행태 중 특히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주요 요인의 하나는 저질·흑색 비방이다. 때로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감정대립을 부추기고 건전한 정책대결을 저해하는 우리 선거의 고질적 병폐인 것이다.

어제 한 일간지에 실린 상대 시장후보 비난광고는 저질 비방전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례다. 해당 후보가 광고에서 적시한 병역기피·룸살롱 경영·빠찡꼬 투자 등의 행위가 있었느냐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과연 선거 벽두부터 이런 식 선거홍보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앞선다.

경쟁후보의 비위·허점을 들춰내는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전략인지 모르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이 선거광고가 나가자 당장 상대진영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선거판을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을 위해 이렇게 봉사하겠다는 정책표방 대신 다짜고짜 상대에 대한 욕지거리부터 던지는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선거관리위원회는 광고 내용과는 관계없이 광고 크기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춘 선거광고에 대해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마치 선관위의 공인이라도 받은 양 선전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는 삼가야 한다. 문제의 광고문안 중엔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경솔함도 스며 있다. 어떤 업종의 사업을 했든 탈법·탈세 사실이 있어 이를 고발한다면 몰라도 업종 자체를 들먹이며 후보 자격시비를 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선거기간이 짧아 한번 흑색선전의 치명타를 입으면 만회하기 어려운 게 선거의 허점이다. 그러나 비열한 수법으로 당선돼본들 당선무효 결정이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질 비방이나 일삼는 저질 후보를 가려낼 만큼 시민들은 성숙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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