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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지방선거' 불법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13 지방선거가 국민의 시선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월드컵 대회로 관심이 쏠린 데다 화제와 흥행에서 대통령 선거에 밀려 버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으로 투표율이 50%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민의(民意)왜곡' 논란이 등장하고, 지방선거 무용론도 나올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커녕 '후보 따로, 유권자 따로'의 심각한 흐름 속에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투표율이 낮아질 듯하면 후보들은 불법·탈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당원과 후보 주변, 일부 공직자만 챙기면 당선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직과 돈의 위력이 커보일 수밖에 없고 변칙과 편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적발된 불법행위(4천5백여건)가 1998년 6월 지방선거 때 같은 기간의 10배라는 수치는 이런 분위기 탓이다.

이런 양상은 일부 후보의 탈선, 사직 당국의 단속 미흡, 공무원들의 줄서기 때문이다. 선거 무관심이 불법·타락이 스며드는 틈새가 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이 지방선거가 민생에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실감하지 못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마구잡이 개발, 러브 호텔, 주차난, 자녀 등교길, 문화사업 등 자기 동네의 환경·개발·교통문제에 실제 영향력을 가진 쪽은 중앙부처 장관이 아닌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다.

그럼에도 광역단체장 후보 정도나 대선과 연관지어 알려고 할 뿐 지방의회·기초단체장 후보는 제대로 모르는 게 현실이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불법 선거운동→투표율 하락과 저질·무자격 후보 당선→마구잡이 개발과 특혜→뇌물과 단체장 대거 구속'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피해자는 시민이고 유권자다. 이제라도 월드컵과 대선에 쏟는 관심을 조금만 쪼개 후보들의 자질과 내 지역의 중요 이슈를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지방선거에 후보와 유권자가 동참해야 지역자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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