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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지역 방송과 위성방송 공생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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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에서만 생활해온 사람은 서울 아닌 곳을 모두 시골이라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를 지칭할 때도 자신도 모르게 시골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서울 중심의 생각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KBS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19개 방송국이 있고 MBC는 20개, 민방은 총 12개가 있다.

그러나 국가 자원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서울 소재 방송이 송출하는 프로그램의 75~ 90% 이상을 재송신하는 지역방송국 현황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지방화 시대라 해도 방송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조차 우리의 방송을 서울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식도 편식할 때 건강에 이상신호를 보내오듯, 방송도 한 쪽으로 편중되다 보면 균형있는 발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 강조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는 '더불어 사는 균형있는 사회 발전'이라는 모토를 방송에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방송행정의 주무기관인 방송위원회도 이런 정신을 반영, 지난 7월 방송 채널 정책을 발표했다. '시청자의 볼권리 보장 및 방송의 공익성 확보''매체 간 위상 정립 및 상호 균형발전을 위한 공정경쟁 구도 확립''지역방송 육성을 통한 방송의 지역성 구현'이 방송위원회가 내세운 방송정책의 목표다.

이번 위성방송과 지역 지상파 방송사 간에 체결된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방송 권역별 재송신 협정'도 바로 이런 방송정책의 목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지상파방송의 권역별 재송신은 위성방송 출범 이후 햇수로 4년 동안 선발 사업자와 후발 사업자 간의 갈등, 수도권 방송사업자와 비수도권 방송사업자 간의 생각의 차이,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사업자 간의 산업에 대한 견해 차이 등이 복잡하게 얽혀 그 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다 드디어 지난 14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방송의 권역별 재송신은 서울과 비서울로 양분되었던 방송시장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견인차로서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이 상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매년 방송산업계의 미제로 남았던 이 문제를 변화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이해당사자 스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 내면서 '공동 발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 에도 합의했다는 것은 시장질서에 근거한 자율논리가 방송산업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하나, 지금 우리의 방송시장은 다채널.다매체 시대를 맞아 양적 팽창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앞서도 말했듯 TV만 하더라도 전국에 51개의 지상파 방송국이 있고, 위성방송과 더불어 케이블방송국이 119개, 여기에 지상파 DMB와 위성 DMB가 곧 상용화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을 통한 방송은 얼마나 많은가. 더구나 통신망을 이용한 IPTV라는 것도 상용화될 것이라 하니 방송은 말 그대로 포화상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양적인 팽창과 달리 각각의 방송을 채워나갈 콘텐트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PP라 불리는 방송채널이 100개를 상회하고 있으나, 대부분 지상파방송에서 방영됐던 프로그램의 재방송 또는 외국 프로그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과제 해결로 탄생하게 될 지역방송사들의 수퍼 스테이션 채널은 지역에 한정되었던 우수한 콘텐트를 전국의 시청자가 향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지역방송의 제작역량 향상과 콘텐트 가치 향상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희락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정책협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