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5단,흑 예봉 부드럽게 피해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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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제4보 (59~78)=흑의 우변이 스르르 지워지면서 흑의 두터움이 빛을 잃고 있다.

59를 선수한 뒤 李3단은 판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다. 바둑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지금 흑이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중앙. 아마도 이곳에서 소득을 거두지 못하면 조만간 '덤'이라 불리는 빚쟁이의 악몽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참고도' 흑1로 막으면 중앙 집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李3단은 백이 2의 요소를 차지하는 모습이 영 싫다. 2인지 A인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이 부근이 너무 빛나는 한수가 된다. 또 중앙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흑 세수를 두어 백 두수를 선수로 두게 한 전보의 수순이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李3단은 61로 저돌했다. 이 돌은 죽어도 좋다고 李3단은 생각한다. 그 와중에 중앙 언저리를 한수만 막을 수 있다면 그때 '참고도' 흑1로 막아 거대한 운동장을 건설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趙5단은 화를 내는 대신 아주 부드럽게 나왔다. 62, 64로 공격하는 듯하다가 70으로 씌워 깨끗하게 살려준다. 77까지 흑은 이곳에서 상당한 전과를 거뒀다. 하지만 백은 백대로 78의 요소를 차지했다.

과연 누가 성공한 것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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