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영화 속으로 떠나는 크리스마스 여행

잠들면 안 되는데….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스펙터클이자 미스터리 장르였다. 소문으로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북극에서 배달된다는데. 진짜? 설마! 거짓말하지마. 산타는 없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해보고자, 슬그머니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세우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던 추억은 나만의 것일까. 크리스마스의 꿈이란, 겨울의 눈처럼 덧없을지 모르지만 두근거림의 순간은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특별한 법이다. 그 순간을 조금 더 기억하고픈 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볼 만한 비디오 몇 편을 골라 본다.

김의찬(영화평론가)

*** 난 산타 할아버지 볼래

크리스마스 무렵, 어린이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의문 하나. 대체, 산타 할아버지는 일년 내내 무엇을 하고 지낼까. 이 물음에 답을 줄 만한 작품이 있다. 애니메이션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비밀스러운 일상을 엿보게 된다. 슬슬 낮잠만 쏟아지는 일상이 따분한 이 할아버지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도 가고 술에 진탕 취하기도 한다. 사실인즉, 크리스마스 이외의 시간이 그에겐 휴가인 셈이다. 연말이 다가오자 산타 할아버지는 옷을 챙기고 선물을 준비해 배달에 나선다. 산타가 여느 샐러리맨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는 웃음을 자아낸다.

반대로, 산타가 황당한 경험을 하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해골 잭은 뭔가 희한한 궁리를 하고, 산타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이후 잭은 뱀과 거미 등 괴상망측한 선물을 준비해 세상에 뿌려대는 것이다.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마을을 대립시킨 이야기의 이 작품은 기존의 동화를 비튼 듯한 재미를 준다. '가위손'의 팀 버튼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때문인 지 팀 버튼 특유의 초현실적 팬터지가 느껴진다. 음산한 유머에서 엽기 캐릭터까지.

*** 사랑만한 게 어디 있나

'러브 액츄얼리'는 최근 나온 영화 중 크리스마스 명작으로 부를 만하다. '노팅힐'의 각본을 쓴 리처드 커티스가 연출했다. 여기엔 크리스마스를 앞둔 많은 이가 등장한다. 미혼의 영국 총리와 사랑의 슬픔을 달래려는 작가, 남편 친구의 냉정함을 오해하는 어느 여성 등. 시간이 갈수록 영화 속 인물들의 소망은 구체적인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그들의 만남은 각별해진다. 너무 완벽해서 언뜻 몽상적으로 보이는 '러브 액츄얼리'의 결말은 실은 교훈적이다. 짝사랑하던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줬음을 알고 기뻐하는 소년, 그리고 다른 언어를 쓰는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이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란, 먼저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며 그의 언어를 앞서 이해하는 것이리라.

연말과 새해 분위기로 영화 엔딩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빼놓을 수 없다. 긴 시간 동안 만남과 헤어짐,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남녀는 어느 순간, 연말에서 연시로 넘어가는 절묘한 틈새에 깨닫게 된다. "아차, 내 임자는 그 사람이구먼…." 로맨틱 코미디의 영원한 고전이라 할 만하다.

*** 나누는 삶이 아름답죠

'미키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도널드 덕.미키마우스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어느 삼형제의 산타 방문 등 몇 개의 에피소드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정신'이라는 것을 배운다. 진정한 나눔의 의미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손색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천사의 아이들'은 시간적 배경과 상관없이, 연말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곱씹을 만한 영화다.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짐 쉐리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어느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무모한 모험을 벌이고(그는 전 재산을 걸고 겨우 ET 인형 하나를 얻으려고 한다!) 어린 자매들은 조폭 외모의 이웃과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다. 아마도 짐 쉐리단 감독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했을 법한 영화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 중 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