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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금융, 촘촘한 전국 네트워크가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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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우체국 금융이 펀드 판매와 카드 사업에 진출하면 예금·보험·수익증권·신용판매 등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종합금융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우체국 금융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3700개 우체국과 4만4000명의 집배원을 두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감도 높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시골 할머니가 밭에 심은 옥수수를 우체국 택배로 팔고자 하면 집배원이 직접 따줄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친밀함은 새 고객을 유치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무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우체국 보험과 민영 보험사의 경영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우체국 보험의 사업비율은 10년간 평균 7.2%에 불과한 반면 민영 보험사는 17.3%로 두 배가 넘었다. 민간 보험사들이 계약 끌어오고 유지하는 데 돈을 더 많이 쓴다는 뜻이다.

해약률 역시 우체국 보험은 10.5%, 민영 보험사는 16%로 우체국 보험이 훨씬 낮았다. 쉽게 들고 잘 해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금 50조원, 보험 27조원의 실적을 올린 데는 이런 영업망이 큰 역할을 했다.

우체국 금융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 사업자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는 기관이 민간의 사업영역을 잠식한다는 피해의식이 크다. 여신금융협회 백승범 팀장은 “국내 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산업은행에 이어 우체국까지 진출하면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할 수 있는 금융업무는 ‘우체국예금보험법’에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다. 펀드판매와 카드사업에 진출하려면 우선 이 법을 고쳐야 한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우정사업본부 서홍석 예금사업단장은 “펀드 판매를 위한 실무 준비는 다 끝났으며 금융위 인가만 나면 된다”며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곧 인가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 사업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할부금융이나 현금서비스 등은 우체국예금보험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대출의 일종이라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도 부담스럽다.

최현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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