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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한국증시 눈치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미국 증시가 한국 증시를 따라간다."

최근 몇년 새 미국 월가의 내로라하는 투자분석가들이 한국 증시를 뉴욕 증시와 세계 경기 흐름을 읽는 선행지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의 자매지인 배런스 최근호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릴린치 증권의 수석 투자분석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의 종합주가지수(KOSPI)가 세계경제 성장률과 인플레·나스닥 주가 등 각종 경제상황을 예측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월가의 투자자들도 긴장했다"며 "아시아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은 한국 증시의 선행성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부채도 많아 세계적인 수익 변화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ISI연구소의 경제분석가 에드 하이먼도 "지난해 10월 이후 KOSPI가 가파르게 오르자 뉴욕 증시와 세계경제의 회복 신호로 활용했다"면서 "이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사이클과 유동성 흐름에 가장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완전 개방되면서 이런 추세가 뚜렷해졌다"며 "2000년 1월 한국 증시가 대세 하락국면으로 들어선 뒤 두 달 시차로 뉴욕 증시도 상승세가 꺾였다"고 말했다. ISI연구소는 매일 KOSPI 움직임을 체크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CSFB 증권의 투자전략가 스티브 블레이버그는 "KOSPI는 여러 참고 지표 중 하나일 뿐 특별할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한국 증시를 보고 미국 증시나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들어 한·미 증시의 상관도는 많이 떨어졌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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