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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예인 왜 자꾸 자살하나… "맘 털어놓을 곳 없는 정서적 소외 계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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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2008 '연가'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 참석한 박용하가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서울=뉴시스】

“한국은 사회 분위기가 어떻길래 계속 연예인들이 자살하는가.”

30일 전해진 한류스타 박용하의 자살 소식에 한 일본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예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일부 연예인의 정신 건강 문제로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이란 직업의 특수성과 한국 사회의 특수성으로 나눠 원인을 찾는다.

일단 연예인이란 직업군 자체가 젊은 나이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연쇄 자살의 원인으로 꼽는 시각이 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이 인기가 언제 빠질까’ 항상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한데도 이를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도 연예인들의 특수성이다. 지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가 소문이 날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같은 이유로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연예인도 많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윤대현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홍보이사)는 “연예인들은 정서적인 고민을 나눌 곳이 없는 ‘정서적 소외 계층’으로 봐야 한다”며 “평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관리에 힘써야 하고, 기획사가 정신 건강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5년 이후 대형 스타들의 잇단 자살 소식이 연예계에 모방 자살 신드롬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다. 연예인 자살은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지만, 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는 동료 연예인에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실제로 2005년 이후 이은주(2005년 2월)ㆍ유니(2007년 1월)ㆍ정다빈(2007년 2월)ㆍ안재환(2008년 9월)ㆍ최진실(2008년 10월)ㆍ최진영(올 3월) 등 대형 스타의 자살 소식이 꼬리를 물었다. 이 외에 신인급 연예인인 김지후(2008년 10월)ㆍ장채원(2008년 10월)과 장자연(2009년 3월)의 죽음도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자살한 연예인 중 상당수는 인터넷의 악플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만큼, 사회 분위기가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혹독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용하 자살 이후 30일 일본 네티즌들은 일제히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 때문에 연예인들이 계속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대현 교수는 “타인의 사랑과 평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의 특성 상, 외부의 혹독한 평가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네티즌의 악플이 연예인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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