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무더기 발견 군산 '비안도'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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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달 고려 청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전북 군산시 비안도 앞바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지난 15일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청자가 발견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해역인 전북 부안군쪽 바닷가의 민가를 빌려 베이스캠프를 차렸으며, 지원 나온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전문 구조함 '평택호'(3천t)도 인근에 닻을 내렸다.

1차 본격조사 기간은 일단 20일로 잡았다. 물론 땅위에서 하는 발굴보다 훨씬 어려운 발굴을 20일만에 끝내기는 힘들다. 당장 지난 주말에도 서해안에 내려진 폭풍주의보로 발굴대상 해저의 구획을 긋는 작업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 발굴의 일단계 목표는 '앞으로 발굴을 어느 정도 넓이와 깊이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인이랄 수 있다.

문화재청 이명희 매장문화재과장은 "발굴의 규모를 결정하는 관건은 침몰한 선박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자면 발굴대상 지역 마운드(흙더미)의 절반 이상을 걷어내고 철창과 같은 뾰족한 것으로 바닥을 찔러보아야 선박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를 찾아내기까지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배가 발견될 경우 작업기간은 훨씬 길어질 것이다. 배가 발견된 신안 앞바다의 경우는 9년이 걸렸다.

지난달 청자 발견을 공표한 이후 이 지역에선 적지않은 소동이 일어났다. 해저 보물을 발견해 신고한 어부가 돈벼락을 맞게될 것이란 보도가 나가자 일부 지역 주민들이 보물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었기에 이 지역에서의 어로(漁撈)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어민들이 저인망 그물과 '소라통'이라는 불법 어로장비까지 동원해 해저를 훑고다닌다는 소문이다.

실제로 청자와 백자 등을 그물로 건져올린 어민들이 두 차례 신고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신고된 도자기가 비안도 앞바다의 유물과 전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그물을 끌고다녀 찾은 것이라 원래 유물이 있었던 장소도 불확실하고, 또 신고된 도자기 자체의 가치도 별로 높지 않아 무시하기로 했다.

현재 서해안 일대에서 이와 비슷한 신고가 들어온 것은 모두 3백여건이나 되며, 발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명돼 실제 발굴을 한 경우는 15곳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발굴 결과 사적지로 지정된 곳은 3곳(전남 신안·충남 보령 죽도·전남 무안 도리포) 뿐이다.

이번 비안도 앞바다의 경우는 4월 25일 공표와 동시에 사적으로 가(假)지정해 해양경찰이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기에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

해군 해난구조대의 지원으로 잠수 인원이 대폭 늘어나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조사에선 목포 해양유물전시관 직원 7명이 작업을 했지만 이번엔 해군 잠수요원만 25명이 추가된다. 합동조사단(단장 송인범·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은 다음달 중 현장인근에서 발굴의 중간성과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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