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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교통문화가 국격을 좌우한다 ⑤ · 끝 선진국의 교통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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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호주 시드니 스트라스 필드 지역 주택가에 설치된 감속시설. 직선도로 한가운데 작은 로터리를 만들고 도로 가장자리에도 반달형 턱을 만들어 차량이 S자 굽어진 구간을 통과하도록 만들어 놨다. [시드니=김상진 기자]

지난달 2일 오전 독일 본 대학 앞 도로. 주말을 맞아 아이를 데리고 교외로 나가는 시민이 많았다. 스벤 라데마허(40)는 딸 엠마(8)를 차 뒷좌석에 태웠다. 엠마는 아동용 카시트가 장착된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라데마허는 엠마를 위한 카시트를 벌써 세 번이나 교체했다. 안전을 위해 사이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 경찰청에 따르면 독일의 뒷좌석 어린이 보호장구(카시트) 착용률은 96%에 이른다. 본 경찰청 에리히 클라우스 교통안전담당관은 “독일 도로교통법은 12살 이하, 키 1m50cm 이하의 어린이들은 차량 내 어느 자리에 앉건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한 채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어린이 보호장구에 대한 규정이 2006년 마련됐지만, 실제로 단속이 이뤄진 적은 없다. 교통안전공단 이성신 안전기획처장은 “고가의 장비라 의무화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었어 2년간 유예기간을 둔다고 한 뒤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며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보다 전향적인 제도나 지원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장구뿐만 아니다. 교통 선진국에서는 이미 당연시되는 교통안전 문화와 제도가 국내에서는 거의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도 그런 경우다. 국내에서는 고속도로에서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만 의무화하고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단속할 근거가 없다. 의무적으로 매야 하는 고속도로 착용률도 10%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2008년 6월부터 전 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매야 한다. 독일의 착용률은 92%에 이른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 동안 뒷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에 따른 평균 치사율을 조사한 결과 안전띠를 착용한 경우 8.3%, 착용하지 않은 경우 23.7%였다. 안전띠를 맸을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더 높은 것이다.

◆운전 중 DMB 사용 단속 기준 없어=국내에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만 단속할 수 있고 DMB 시청은 단속할 수 없다. 단말기가 상용화되고 사용 권역도 확대되면서 운전 중 DMB 시청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없다. 해외에서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DMB 등 통신기기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 미국에서는 ‘TV 등 화상용 표시장치’에 대한 단속과 처벌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운전 중 DMB를 보다 걸리면 수십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4월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DMB 시청 운전자의 전방 주시율(전체 주시시간 중 전방을 주시한 비율)은 정상 운전자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운전자의 전방 주시율이 77%인 데 반해 DMB 시청 운전자는 50%에 불과했다. 만취상태라고 할 수 있는 ‘혈중 알코올농도 0.1%(72%)’보다도 낮은 수치다.

◆초보자에 더 엄격한 기준=호주에서는 정식 운전면허를 따는 데 최소 3년이 걸리는 단계별 운전면허제도(Graduated Licensing Scheme)를 채택하고 있다. 연습면허→1단계 임시면허→2단계 임시면허→정식면허 등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면허마다 단속 기준이 되는 혈중 알코올농도와 제한속도 등도 다르다. 정식면허 소지자의 알코올농도 단속 기준이 0.05%라면, 임시면허 소지자는 0.02%만 돼도 단속 대상이 된다.

프랑스와 유럽 대부분의 나라도 초보 운전자에 대해 엄격한 단속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운전은 습관이고,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호주·일본·프랑스=김상진·강인식·김진경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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