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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로 군수들 잇따라 쫓겨난 해남 … 새 ‘단체장 맞이’에 2억원 넘게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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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 달 1일 시장·군수·구청장 취임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가 부산하다. 집무실을 넓히고 단장하는가 하면 새로운 집기를 들여놓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은 박철환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군수실을 옮기고 있다. 부군수실과 문화관광과 사무실 일부를 합쳐 새 군수실을 만들고 현 군수실은 부군수실로 바꾸는 공사다. 집무실·부속실·회의실을 합친 면적은 169㎡로 탁자 등 집기를 새로 구입하는 데 2600만원을 지출했다. 또 군수 관사로 1억6670만원을 주고 아파트(145㎡·44평형)를 매입했고, 2600여만원을 들여 관사에 쓸 비품을 샀다. 해남군은 “전임 2명의 군수가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도중하차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박 당선자와 상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멀쩡한 사무실을 뜯어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26일 내부 공사를 마친 충북 옥천군 부군수실. 옥천군은 새 군수 취임을 앞두고 2293만원을 들여 군수실과 부군수실을 리모델링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은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군수실과 부군수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군수실은 창문(6개)과 출입문(2개)을 모두 바꿨다. 50여㎡의 부군수실은 창문을 새로 내고 천장까지 바꿨다. 기존 천장이 석면으로 돼 있어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게 옥천군의 입장이다. 공사비는 2293만원이 들었다. 옥천군의 올해 예산은 2733억원으로 재정 자립도는 14.3%에 불과하다. 옥천군 강호연 비서실장은 “시설이 낡고 교체 시기가 됐다. 기존 시설물이나 집기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김영만) 당선자의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은 군수실의 화장실(6㎡)을 바꾸고 수납장을 설치하는 데 900만원을 썼다.

경남 양산시는 시장실과 부속실·부시장실·소회의실 등 330㎡를 리모델링 했다. 벽과 천장·바닥을 교체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000만원. 양산시의 재정 자립도(2009년 기준)는 47.2%다. 양산시 관계자는 “라디에이터가 있는 벽면 등이 오래돼 지저분하고 시멘트가 일어나 보기 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실이 민원접견실로, 부속실이 시장실로 바뀌면서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경남 통영시는 시장실의 낡은 벽지를 교체하고 집무용 책상과 의자·옷걸이·협탁·옷장 등을 교체하면서 695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함양군은 군수실의 낡은 소파 세트를 교체하는 데 300만원의 비용을 쓸 예정이다.

반면 경기도 성남시는 시장실을 축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재명 당선자는 시장실을 줄이고 기존의 시장실을 북카페로 꾸며 개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9층에 있는 시장실은 집무실·비서실·고충민원실을 합쳐 443㎡였으나 새 시장실은 288㎡로 줄어든다.

강원도 원주시는 다음 달 시장 집무실을 줄이는 공사에 들어간다. 현재 131㎡ 규모의 집무실을 정부 규정인 99㎡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공사비로 2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은 최근 군수실과 부속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출입문을 없앴다. 이종윤 당선자는 “문턱이 높아 군수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해석·황선윤·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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