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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걸씨,검찰 출두前 이틀간 행적 묘연 "떳떳지 못하다" 비난 여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가 14일 저녁 공작성 비밀 귀국을 한 데 이어 15일 검찰 소환을 거부한 채 행적을 감춤으로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잇따랐다.

그의 변호인인 조석현 변호사는 김홍걸씨가 여독을 풀기 위해 휴식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주변에선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관련자들과 주요 의혹들에 대해 말을 맞추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입국 뒤 검찰로 직행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청와대와 국정원·경찰 등의 조직적인 비호 속에 공항을 빠져나간 대목은 앞으로도 논란거리로 남게 될 전망이다.

◇대책회의 한 듯=검찰은 15일 출두를 요구했지만 曺변호사는 이날 오전 검찰에 전화를 걸어 "김홍걸씨가 여독과 시차 적응 문제로 잠을 자고 있다. 긴장과 허탈감으로 피로가 누적된 듯하다"며 16일 오후 2시 출두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검찰의 태도가 강경하자 오후 들어 16일 오전 10시로 출두시간을 앞당겨 통보했다.

이런 김홍걸씨의 잠행과 관련, 그가 사건 핵심 관련자들과 검찰 조사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규선씨에게서 돈을 받아 김홍걸씨에게 전달하고 타이거풀스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던 동서 황인돈씨와 검찰 출두를 거부한 채 은신 중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접촉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黃씨는 최근 이틀 동안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고, 金전부시장에 대한 검찰의 추적작업도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한편에선 김홍걸씨가 검찰 출두 후 이틀 뒤 구속되는 통례를 따져 신문이 휴간하는 토요일(18일)로 구속 날짜를 계산, 출두일을 16일로 잡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부적절한 처신 비난=김홍걸씨의 귀국이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경찰의 비호 속에 첩보영화의 한 장면같이 이뤄진 것은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이에 대해 김홍걸씨의 이틀 간의 잠행도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최한수(崔漢秀)간사는 "대통령 아들은 공직자도 아닌데 무슨 법적 근거로 청와대·국정원·경찰이 나서 그의 비밀 입국을 도왔는지 의심스럽다"며 "한국 사정을 잘 모른다는 김홍걸씨의 이틀 간의 잠행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홍걸씨의 출두 지연에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한 데 대해 그가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국민적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마당에 본인이 피곤하다고 검찰 조사를 미루는 것은 떳떳지 못한 행동"이라며 "그가 비록 지금은 참고인 신분이라지만 제기된 혐의 때문에 곧 피의자가 될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검찰 스스로도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정훈·백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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