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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생선초밥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음식 중에서 항상 먹다 만 것처럼 감질난 여운이 남는 것이 있다. 스시란 생선초밥이 대표적이다. 값이 비싸 더 먹을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 있으나 먹어도 먹어도 양이 차지 않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까닭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잘 먹고나서도 '스시를 원없이 먹어봤으면…'하는 미련이나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양지마을 금호쇼핑상가 2층에 있는 '생선초밥집'은 생선초밥을 향한 원초적 소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곳이다.

초밥집이라고 해서 깔끔한 일식집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 상가 2층 뻥 뚫린 식당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뚝배기에서 자박자박 끓는 된장찌개와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는 돼지갈비 냄새가 옆집에서 넘어 들어와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래도 80여석의 식탁엔 앉을 자리가 없어 종종 입구에 줄이 생긴다. 식탁에 앉아도 금방 초밥이 눈앞에 놓이는 것이 아니다. 주방에선 요리사 주인과 종업원 8명이 나란히 서서 열심히 초밥을 쥐고 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도 도무지 손님상에 오를 줄을 모른다. 몇 인분이 쌓여 내 차례인가 싶으면 어느새 헬멧 쓴 배달원이 와서 답삭 들고 나가 버린다.

자리에 앉은 지 30분이 지나서야 식탁에 오른 생선초밥. 도마 모양의 식기에 광어·우럭·연어·새우 등으로 쥔 생선초밥이 8개, 아보카도가 들어간 캘리포니아롤 6개, 날치알 김초밥 1개를 놓고 단무지·초생강·락교까지 얹어 낸다. 생선초밥은 생선과 초밥의 길이가 6대4로 이상적인 비율이고 생선회의 두께는 다른 곳보다 두툼한 편. 크기는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적당하다.

고추냉이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었더니 초밥의 새콤한 맛이 생선회와 함께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다만 광어·우럭·농어 등 활어를 쓰는 생선초밥은 생선회가 약간 거친 느낌이 든다.초생강으로 입을 헹구며 캘리포니아롤까지 먹고나니 뱃속이 뿌듯하다.

정통 일본식 생선초밥에서 다소 벗어나 한국식 생선초밥으로 변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주머니 부담(1인분에 1만3천원)이 덜한 매력에 또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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