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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韓日 만화보기] 가족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영화 '집으로…'를 보고나서 아들놈에게 변변한 효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문득 생각나는 5월입니다. 가정의 달이 아니더라도 만화가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온 지는 이미 오래이지요. 아이들을 위한 장르로 출발했기에 가족에 대한 만화의 애정은 더욱 각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순정만화의 거목 황미나의 '이씨네 집 이야기'는 한국 작가가 한국의 가정을 그려 일본의 메이저 만화잡지(고단샤의 『모닝』)에 연재한 특별한 사례입니다. 15명이 넘는 대가족인 이씨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지라 이런저런 사연들이 그칠 날 없습니다. 퇴역 군인인 아버지의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충돌하는 자식들, 맞벌이를 하는 큰아들 부부의 고단함, 할머니가 간직해온 50년 분단의 아픔까지…. 가족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존재여서 소중한 모양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씨네 식구들의 이야기를 일본 독자들은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분단이나 군대 등 일본독자로서는 낯선 상황들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겠지만, 희생으로 가족의 아픔을 감싸안는 이씨네 식구들의 모습에서 느낀 감동의 무게 또한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라가와 마리오의 '아기와 나'는 가볍고 발랄한 터치로 엄마 없는 부자(父子)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열두 살의 초등학생 타쿠야는 바쁜 아빠를 대신해 갓 두 살이 된 동생 미노루의 육아와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이지요. 그러나 타쿠야는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기뻐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아. 왜냐하면 아빤 늘 나랑 미노루를 위해 사는 것 같거든"이라며 아빠를 위로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아이이지요. 그렇다고 타쿠야에게 아이다운 고민이 왜 없겠습니까. 동생에 대한 책임감과 아이이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분투하는 타쿠야를 바라보며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눈물짓게 됩니다.

핵가족화하고 부모의 이혼이 많아진 세태를 사는 독자들에게, 타쿠야는 대단히 생생한 캐릭터로 다가섭니다.

이들 두 작품이 한·일 양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만화의 흥행 역시 보편적인 감동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새삼 확인해주는 것이지요. 제아무리 시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는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손자의 탄생을 맞이하며, "이렇게 가족을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 그리고 가족의 역사는 계속된다"(이씨네 집 이야기)고 만화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화 기획자·hojenhoo-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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