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제2 정풍파동' 조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이 심상치 않다. 노무현(武鉉)후보-한화갑(韓和甲)대표의 신주류와 과거 당의 중심세력이던 구주류 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한바탕 충돌이 벌어질 듯한 분위기다.

당내 갈등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인 이른바 '홍3게이트'와 맞물려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주류측은 당명을 바꾸고 DJ와의 차별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구주류는 이에 대해 "희생양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정풍(整風)파동' 때와 같은 심각한 당 균열도 예상되는 국면이다.

◇쇄신파 일부가 앞장='쇄신연대'의 장영달(張永達)의원은 '정계개편과 탈DJ 공론화'를 주장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살아난다는 논리다. 張의원은 "다 털어내야 한다"면서 "3형제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의원이 그 대표로 나서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성명을 내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5선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아버지인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검찰 출두 전에 대통령이 金의원의 공직사퇴를 포함한 수습방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쇄신파 의원들은 '신판 연좌제'라는 비난여론을 고려, "등을 떠미는 모습은 안되고 金의원이 스스로 결단해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홍일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韓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선거구민이 뽑아줬는데 다른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金의원 본인이 결정 내릴 문제"라고 말했다. 후보측도 명확한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후보는 이미 여러 차례 "DJ와 차별화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당내 쇄신파로 분류되는 '바른정치 모임' '새벽21' '쇄신연대' 등은 15일과 16일 잇따라 모임을 갖고 당내 대책을 논의한다. 이들 중 일부는 "당명도 바꿔 정계개편을 추진하고,집단지도체제의 문제점도 개선하자"면서 이를 당내 공론으로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위 쿠데타 하자는 거냐"=구주류측은 이런 쇄신파 움직임의 배경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집단지도체제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는 것은 결국 -韓체제를 강화하고 구주류의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일종의 '친위 쿠데타 시도'라는 주장이다.

범동교동계 중진인 안동선(安東善)의원은 "후보의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자 국면전환의 계기로 이용하려는 것 같은데 그런 수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쇄신파를 공격했다."쇄신파는 바람만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람개비 같은 사람들"(朴洋洙의원), "때만 닥치면 떠들어댄다"(訓平의원)는 등 구주류측의 반박 강도도 간단치 않다.

이에 따라 17일로 예정됐다가 연기된 민주당 의원워크숍에서 이런 양측의 갈등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