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팬클럽서 정치단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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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사실상 정치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노사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만 노사모 회원들이 새로운 희망의 한국 정치사를 도도히 일궈 가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언론개혁·평화적 남북관계 지향 등 시대적 과제들에 대해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한 때 노사모 내부에선 "해산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결국 적극적인 정치참여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셈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후보 팬클럽 형태로 출발한 노사모가 현행 선거법상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를 의식한 듯 노사모는 '6·13 지방선거 범국민 투표 참여운동 및 조폭 언론 개혁운동'을 활동 목표로 삼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지방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노사모는 모임의 성격상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총선 때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조차 법적·정치적 시비에 휘말렸었다. 따라서 후보라는 특정 정치인의 팬클럽이 벌이는 정치운동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측은 당장 "투표 참여운동은 후보의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선거전략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사모의 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사사건건 한나라당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모는 또 "전국단위의 '조폭언론위원회'를 설치하고 조폭신문 50만부 끊기 운동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언제부터 노사모가 권력기관이 됐느냐"고 비난했다.

노사모는 또 회견문에서 "노사모는 이미 역사 발전의 주인·주체다.노사모는 충분히 강하다. 노사모가 나아가는 길은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을 쫓아가는 길이기에 승리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이런 표현에 대해서는 민주당 측에서조차 "과격하고 단선적"이라며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노사모가 지방선거 투표 참여운동만 하면 괜찮지만 특정 후보나 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면 문제가 된다"며 "구체적인 위반사례가 발생할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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