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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헬스클럽·중국집… 돈벌고 꿈도 버는 부업전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5월은 유독 행사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 날·어버이 날·근로자의 날·스승의 날·석가탄신일·성년의 날 까지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5월엔 챙겨야 할 대상도 많은데 '금강산도 식후경'인 민족 정서에 따라 집집마다 외식이 잦아진다. 이런 가족 외식의 단골집 중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걸고' 운영하는 음식점이 눈에 띈다.

주말이면 으레 썰렁한 여의도에서 일요일이고 공휴일이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깃집이 있다. '손님은 항상 옳습니다'라고 써 있는 그 집에 가면 늘 짧은 머리를 한 탤런트 김종결 사장이 청바지 차림으로 테이블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부업전선에 뛰어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인기 부침이 심한 연예 동네에서 비오는 날 쓸 우산을 준비하듯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고, 둘째로 자아 실현의 또 다른 방법임도 빠뜨릴 수 없다. 많은 경우 이 두 가지 이유가 섞여 있기도 하다.

음식 체인점으로 명성을 상품화한 경우(이경규 김밥· 최양락 닭고기· 윤수일의 생맥주와 노래방· 설운도의 노래방· 김용의 북한음식 체인 등)도 있고, 사람들과 만나 아이디어도 얻고 프로그램 모니터도 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선우재덕·임하룡·전유성 등)하기도 한다.

내의 업체를 운영하는 개그맨 주병진은 1980년대 방배동에서 '제임스 딘'이라는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훗날 회사 상표의 모태가 됐다.

술 좋아하는 쿨의 김성수는 포장마차를, 개그맨 정준하는 단란주점을 운영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탤런트 노현희는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또순이 코미디언 배연정은 소머리 국밥집을, 배우 이정재는 이탈리아 식당을, 탤런트 윤다훈도 최근 중국음식점을 청담동에 열었다.

반면 미술을 전공한 구준엽과 의상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시트콤에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출연하기도 했던 이의정은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배우 유인촌도 연극 공연관을 운영하고 있다.

"부자 되세요."

새해 덕담으로, 인사말로 한동안 세인들 입에서 떠나지 않았던 말이다. 모두 부자가 되고프다. 부자가 돼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천직인 영화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IMF 때 친구 사업체에 도움 겸 투자한 종잣돈이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이 난 후 주가가 오르는 중에도 일찌감치 주식을 매각한 배우 박중훈이 남긴 말이다.

부업을 하는 연예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남들보다 시간관념이 투철해 재테크 뿐만 아니라 시(時)테크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방송 녹화나 별 스케줄이 없을 때 자신의 가게로 달려가는 것은 물론이다.

연예인들에게도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련이 있다. '그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부업을 통해 '제2의 자아실현'을 꾀하는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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