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클래식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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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J-클래식'이 뜬다.

J-클래식이란 일본 연주자와 작곡가의 음악을 뜻하는 말이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수입 일변도에서 탈피, 일본 연주자와 작곡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J-클래식 열풍의 선두주자들은 바이올리니스트 수와나이 아키코(諏訪內晶子·32)·다케자와 교코(竹澤恭子·36),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村治佳織·24), 지휘자 사도 유다카(佐渡裕·41)·혼나 데쓰지(本名徹次·45), 소프라노 사토 시노부(佐藤しのぶ·41), 피아니스트 구마모토 마리(熊本リ) 등.

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수와나이를 비롯, 대부분 굵직굵직한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또 필립스·RCA 등 일본에 진출해 있는 메이저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 클래식 차트의 상위권에 진출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빈필하모닉·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세계적인 연주단체의 초청공연이 열리는 등 '외제 선호' 풍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셈이다.

재팬 아트·가지모토(梶本)·간바라(神原) 등 일본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나 카잘스홀·도쿄 오페라시티·기오이홀 등 주요 공연장에서도 일본 연주자들을 대거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일본 작곡가들의 작품 소개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낙소스 레이블은 최근 도쿄도(東京都)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한 '일본 작곡가 선집'을 60장의 CD로 내놓았다.

이후쿠베 아키라(伊福部昭 ·88)·도야마 유조(71) 등의 관현악을 담은 이 시리즈는 발매 직후 1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카메라타 도쿄 레이블은 다케미추 도루 등의 일본 작곡가의 작품을 90장의 CD로 발매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작품들도 CD로 출반됐다. 교토(京都)의 '롬 음악재단'이 바이올리니스트 수기우라 마사타로가 소장해온 SP 음반 4천5백장을 복각한 '1923~44년의 일본 서양음악'이 그것이다.

창작 오페라의 상연도 활발하다. 지난 5월 작고한 단 이쿠마(團伊玖磨)의 대표작 '히카리고케'를 비롯, 사에구사 시게아키의 '주신쿠라(忠臣藏)''야마토 다케루', 하토리 료이치(服部良一·76)의 오페레타 '모모타로', 마키노 유다카(牧野由多可·72)의 '우게쓰 모노가타리' 등이 올 봄 시즌에 상연됐다.

'히카리고케'의 연출을 맡은 겐다 시게오는 "불황은 창작 오페라를 상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전통음악인 호가쿠(邦樂)도 인기다. 현악기인 쓰가루 샤미센(津經三味線)을 연주하는 요시다 료이치로(24)·겐이치(22)형제의 음반은 1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전통음악으로는 고작해야 3천장 이상 팔기 힘든 음반업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빅 히트다.

요시다 형제의 인기에 힘입어 쓰가루 샤미센은 고토(箏)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빅터전통음악진흥재단에선 각급 학교에 이 악기를 보급하고 있다.

현행 교과과정에는 모든 학생이 한개 이상의 전통악기를 배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쓰가루 샤미센 주자인 아가쓰마 히로미스(28)는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자동차 TV광고에 출연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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