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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왕족들의 '한국 알기'노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국을 이해하고 친숙해지려는 일본 왕실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왕(日王) 아키히토(明仁)부부는 8일 저녁 도쿄(東京)국립국장에서 한국국립음악원과 일본궁내청이 함께 개최한 한·일궁중음악교류연주회에 참석했다. 일왕 부부가 한국이 주최하는 문화행사를 관람하기는 지난해 4월 창작오페라 '황진이' 이후 두번째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궁내청 관계자는 "천황 내외분이 연간 참석하는 외국 문화행사는 두 세차례뿐"이라며 "지난해는 '황진이'와 이탈리아 미술전만 관람했다"고 밝혔다.

일왕은 지난해 12월 "선조인 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역사기록이 있어 한국과의 연(緣)을 느낀다"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 그의 발언은 "왕실은 한국과 무관한 순수혈통"이라고 주장해온 보수세력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을 알려는 다른 왕족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일왕의 둘째아들 후미히토(文仁)왕자 부부는 지난 7일 한·일궁중음악교류연주회 경연회에 참석했다. 일왕의 외동딸 노리노미야(紀宮)는 지난 3월 주일(駐日)한국문화원 주최로 공연된 뮤지컬 '고려 팔만대장경'을 관람했고 일왕 동생인 마사히토(正仁)부부는 지난 1월 김흥수(金興洙)화백과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의 공동미술전을 찾았다.

특히 일왕의 사촌으로 왕위계승권 7위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는 2000년 이후 일곱차례나 한국관련 문화행사에 참석했고, 막걸리와 김치·산낙지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왕족으로는 처음 한국을 공식 방문해 오는 31일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왕족 19명이 있는 왕실은 일본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일왕은 상징적으로 일본을 대표하며, 적지않은 일본인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일왕을 내세운 일본군국주의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본 한국으로서 일왕과 왕실은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존재다. 여전히 '존왕(尊王)사상'을 부르짖고 있는 일본의 극우파들도 한 요인이다.

양국의 간격을 좁히려는 일본 왕실의 최근 움직임은 이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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