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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체력 "유럽에 안밀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체력 강화 훈련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났다.

8일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포의 20m 왕복 달리기 카드를 준비했다. '삑-'하는 신호음과 함께 출발하고 멈추도록 돼 있어 선수들 사이에서 '삑삑이'라고 불리는 체력 테스트는 30분 정도면 체력을 완전히 고갈시키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경계대상 1호다.

이날 허벅지 부상 중인 이민성을 제외하고 13명, 12명 2개조로 나누어 실시한 체력 테스트에서 20m 주파 횟수가 60회가 넘어가자 선수들은 비지땀을 흘렸다. 흰색 상의 위에 덧입었던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1백회가 넘어가면서 탈락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평균 주파 횟수는 이전 테스트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첫번째 테스트였던 지난해 2월 오만 전지훈련에서 1백20회를 넘는 선수는 박지성·이영표·이천수 등 세명에 불과했다. 지난 3월 스페인 라망가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도 1백29회를 기록한 조병국이 1위였다.

불과 두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라망가 기록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1차 13명 중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먼저 탈락한 윤정환이 1백18회였고, 나머지 선수는 모두 1백20회를 넘겼다.

설기현·이영표·송종국·이천수·박지성·최성용 등 6명은 1백30회를 넘기고 더 할 수도 있었으나 훈련을 지시하는 CD가 고장나는 바람에 중단해야 했다.

두번째 조에서는 최태욱이 1백22회, 최용수 1백23회, 최진철·이을용·여효진 1백31회, 황선홍 1백38회, 김태영이 1백44회 등을 기록했고 차두리가 1백51회였다.

차두리의 역주는 체력 테스트의 압권이었다. 차두리가 김태영을 따돌리고 독주하자 그라운드 반대편에서 첫번째 조를 지도하던 히딩크 감독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유심히 지켜봤다.

이날 체력 테스트의 결과는 대표팀의 괄목할 만한 체력 향상을 보여주는 증거다.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에 따르면 1백20회를 넘기면 유럽 선수 수준이다. 골키퍼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1백20회를 넘긴 것은 폴란드·포르투갈 등 유럽팀들에도 체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남일은 "예전보다 확실히 피로가 덜하다. 꾸준한 체력 훈련을 통해서 체력이 많이 강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귀포=신준봉·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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