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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우주를 습격하다 -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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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각 편이 완결성을 지닌다. 전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다음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그런데 골수팬의 생각은 다르다. 각 편의 연결 고리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알려진 대로 여섯편으로 계획된 시리즈 중 '클론의 습격'은 다섯번째 작품이다. '새로운 희망'(1977),'제국의 역습'(80),'제다이의 귀환'(83)을 '오리지널 3부작'이라 부르며, 99년 선보인 '보이지 않는 위험'부터는 '오리지널' 이전의 혼란스런 은하계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기존 3부작은 '에피소드 4,5,6'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클론의 습격'은 '에피소드 1,2'로, 그리고 2005년에 나올 최종편은 '에피소드3'으로 불린다.

신작의 중심 인물은 아나킨이다. 에피소드 1에서 아홉살의 노예 소년이었던 그는 이번에 열아홉살의 당당한 제다이로 성장한다. 아나킨은 오리지널 3부작에서 악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아들 루크와 선악 대결을 벌였던 인물로 '클론의 습격'에선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조짐을 보인다. 에피소드1에서 비중이 미미했던 이완 맥그리거는 아나킨의 스승으로 재기하며 그의 스타성을 확인시켰다.

가장 놀랍게 달라진 캐릭터는 현자 역할의 요다(프랭크 오즈)다. 에피소드 시리즈 처음으로 제다이의 상징인 광선검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신작의 주인공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16일 미국·유럽에서 일제히 개봉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이하 '클론의 습격')이 얼굴을 드러냈다. 5일 밤(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서쪽으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마린 카운티의 스카이워커 랜치 (루카스 필름의 본부)에서 현대판 우주 오디세이 다섯번째 항해에 나섰다. 3년 전 20여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를 부활시킨 조지 루커스 감독은 이번에 전편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 화면 규모나 내용 구성 등 모든 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산속 깊은 곳에 광대하게 조성된 스카이워커 랜치는 놀랄 만한 영화 산지(産地)였다. 포도가 익어가고 소가 풀을 뜯는 한가한 구릉지에 최첨단 디지털 프로젝터를 갖춘 시사실이 있는 등 자연과 하이테크가 훌륭하게 어울렸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닮은 듯했다. 시리즈의 대흥행으로 루커스 감독이 이곳을 1985년에 만들었다고 하니 새삼 할리우드 영화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클론의 습격'은 디지털 영화의 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잡은 실사(實寫)풍경은 필름 영화에 비해 화질의 깊이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작품 전체를 수놓은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영화로는 불가능한 스펙터클한 영상을 구현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고려해 후반부를 먼저 만들었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클론의 습격'은 최첨단 기술이 어떻게 영화를 변모시킬 것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1977년 처음 제작된 '스타워즈'시리즈 3부작 중 1편인 '새로운 희망'(77년)처럼 신작도 "아주 오랜 옛날, 저 멀리 은하계에선…"으로 시작하나 영상의 완성도는 급진전한 것이다.

일례로 추적·전투 부분만 견주어도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과의 차별성이 확연하다.

신작의 초반부, 사제관계인 오비완(이완 맥그리거)과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아미달라 상원의원(내털리 포트먼) 암살 미수범을 쫓는 장면은 아나킨이 로켓 비행정 경주에서 아슬아슬하게 상대를 따돌리는 전편보다 훨씬 긴박하고 스릴 있다.

특히 제다이 기사단과 복제 인간(클론)들이 반역자 무리인 카운트 두쿠(크리스토퍼 리) 로봇병기 일단과 맞붙는 막바지 10여분간의 초대형 전투신은 이번 작품의 압권이다. 고전영화 '벤허'의 마차 경기장면과 '글래디에이터'의 검투사 장면, 그리고 '미이라'의 전투장면을 합쳐놓은 듯한 모양새다.

'클론의 습격'은 미세한 표현도 놓치지 않았다. 등장 인물을 1백% 디지털로 만들었던 '파이널 판타지'에 버금가는 극사실적 영상을 실현했다.

최고의 제다이인 요다의 잔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까지 살려낸 것. 여기에 수백층의 고층 건물로 이뤄진 도시, 숲과 물이 아름답게 펼쳐진 도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 건설된 도시 등 각종 유형의 행성들도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감독은 현란한 영상에 비해 내용이 허술하다고 전편 '보이지 않는 위험'이 비판 받은 것을 의식한 듯 신작에선 드라마를 강화했다.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으나 죽은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과 최고의 기사가 되려는 욕심으로 타락할 조짐을 보이는 아나킨의 이중성을 부각했다.

또 애정에 눈길을 돌려선 안된다는 '제다이 계율'을 어기고 아나킨이 아미달라(1편에선 나부 행성의 여왕)와 사랑에 빠지는 얘기를 삽입해 대중성을 배가시켰다.

전작에서 반복됐던 선악 문제의 또 다른 변주곡이고, 악의 본성에 대한 탐구도 '반지의 제왕'에서 그려진 것과 같은 깊이에 이르진 못하지만 최종편이 남아 있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감독 자신은 "소유와 집착이 빚어내는 인간사의 전체주의적 성향을 짚는다는 정치적 색깔도 띤다"고 말했다. '클론의 습격'은 전체적으로 3차원 컴퓨터 게임을 보는 느낌이다. 전자오락실에서 경주용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모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 10년 뒤 상황, 즉 우주 분리주의자들이 공화정을 지키려는 아미달라를 살해하려는 음모에서 영화가 시작되며 국내에선 7월 4일 개봉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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