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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급물살 타는 한·미 FT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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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11월까지 FTA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을 해소한 뒤 몇 달 안에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론 커크 USTR 대표에게 FTA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FTA 비준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처리 일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A 비준동의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면 90일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일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비준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견을 해소하도록 제시한 시한은 다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하는 11월까지다. 미 의회 중간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원 구성이 이뤄지는 시점이다. 그때까진 물밑 협상으로 이견을 조정하고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비준동의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관계기사 e2, e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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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는 부분을 고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도 양국은 기존 합의의 내용 자체를 수정하는 ‘재협상’은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조정(adjustment)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존 합의 문구의 잔손질 정도에 국한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은 ‘잔손질’의 범위를 넘을 수도 있는 문제다. 2007년 6월 본협상 타결 당시 한국은 모든 연령에 대해 수입을 허용한다고 했다가 ‘촛불 사태’를 겪은 뒤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조정했다. 당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된 때’라는 모호한 말로 봉합했다. 익명을 원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신뢰 회복을 평가할 잣대가 없다”며 “결국은 정서적인 문제인데 아직은 문을 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잣대가 없다는 말은 뒤로 물러서기도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준이 명확하면 깰 수 없지만 모호한 기준은 논리만 개발하면 손쉽게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와 FTA를 두고 ‘빅딜’이 이뤄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농식품부 뜻대로 갈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

또 미국 측에선 쇠고기 이외에 자동차 무역 불균형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놓고 있다.

한·미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이번엔 캐나다가 잰걸음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캐나다가 다음 달 13일부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캐나다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최현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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