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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희망의 현장<8>.서울청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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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좋은 학교' 네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서울 청담중. 이 학교 배상식 교장은 1999년 부임한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오전 7시30분이면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한다. 전교생 7백50여명 중 배교장이 이름을 모르는 학생은 한명도 없다.

배교장이 매일 아침 정문에서 학생지도를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교사와 학생 모두 꺼려했지만, 지금은 교장선생님과 가벼운 농담도 한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자가용 등교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간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등교시간을 전후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1㎞ 내에는 자가용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등교길 곳곳에 선도부 학생을 배치해 학생들의 등교를 지도한다.

청담중은 농어촌 교환학습, 음성꽃동네 봉사활동, 국토순례 도보행군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배교장은 "학과공부를 소홀히 한다며 일부 학부모가 거세게 항의도 했었지만, 지금은 지식교육 못지않게 인성교육도 중요하다는 걸 이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 체험 교환학습=청담중의 월별 학교운영계획표에는 어김없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봄·가을에는 자매결연을 한 지방의 중학교 두곳과 농어촌 체험 교환학습을 한다.

10월에는 1학년 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원주 호저중과 농촌 교환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은 3박4일간 민박을 하면서 농촌체험, 한지공장·토지박물관 견학, 예술제 상호출품, 학교수업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3학년 학생 20여명은 다음달 충남 서산군 서일중을 방문해 갯벌 체험,향토문화자료 교환 등 어촌 교환학습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농촌 교환학습에 참가했던 2학년 배민지양은 "농촌에서는 밤에 대문을 잠그지 않고 자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 나중에 이웃을 서로 믿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학생들간의 교환학습뿐 아니라 학부모들과 농어촌 지역사회와의 교류도 이뤄진다.

이달말에는 1학년 학부모 40여명이 농촌일손돕기 행사를 준비 중이며, 10월말에는 교내 체육대회를 하면서 운동장에 농촌특산품 직판장을 개설, 농촌경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음성 꽃동네 봉사활동="노인요양원의 할머니를 주물러 드렸더니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워'라고 하셨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2학년 박윤형 군)

"눈을 가린 채 시각장애 체험을 했다. 너무 답답했다. 장애인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편한 삶을 살고 있는가.매사에 감사하자."

(2학년 방규은양)

지난해 11월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군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생들이 적은 소감문들이다. 이 학교 전교생 7백50여명은 3학년 졸업고사가 끝나는 11월말이면 3박4일 일정으로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그룹별로 봉사활동을 하는 학교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전교생이 동시에 봉사활동을 하는 학교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봉사활동·협동게임·장애체험 등을 하며 '함께 하는 삶''생명의 존엄성' 등을 배운다.

홍태표 교무부장은 "3박4일 일정이라 어느 정도 수업 결손을 감수해야 하지만 학생들이 봉사활동에서 얻고 오는 것에 비하면 수업 결손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순례 행군·체벌 대신 시(詩) 암송=학교측은 여름방학 기간에 희망학생 60여명을 선발해 '나라사랑 국토순례 도보행군'을 한다. 코스는 학교운동장에서 강원도 철원군의 옛 공산당 당사까지 약 1백27㎞.행군 코스에 있는 중학교에서 잠을 자야 하는 3박4일의 고된 일정이지만 낙오자가 한명도 없었다. 휴가를 내 자녀와 함께 행군에 참가하는 학부모들도 10여명이나 된다.

김종철 생활체육부장은 "요즘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타율적인 생활로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국토 분단의 현실을 일깨워주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주는데 도보행군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체벌방식도 독특하다. 학교생활에서 세번 이상 잘못이 지적된 학생은 시 한편을 외워 학부모·담임교사·교장에게 각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학교측은 이를 위해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명시 1백편을 담은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윤온준 연구부장은 "잘못한 학생들에게 시를 외우게 한 뒤 시 속에 숨은 뜻을 설명해 주면서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게 매를 드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이준순 장학사는 "청담중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며 "인성교육을 하는데 있어 교사들의 열의가 중요하지만 학부모·지역사회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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