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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5명중 1명 학교 못다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세계 어린이 네명 중 한명이 하루 수입이 1천원도 못되는 집에서 살고, 다섯명 중 한명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다.

유엔은 8일부터 사흘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앞서 3일 전세계 1백50개국의 어린이 생활실태를 조사·발표했다. 이 유엔 아동보고서는 1990년 '아동들을 위한 세계정상회담' 때 실천하기로 설정한 아동들의 건강·위생·교육 등 27개 부문 과제가 10년 동안 어떻게 실현됐는지를 추적, 집계한 것이다.

◇'어린이 노예' 수천만명=유엔 집계에 따르면 2000년 현재 15세 이하 어린이는 전세계에 21억명. 이 가운데 네명 중 한명은 하루 소득이 1달러도 안되는 극빈 상태에서 살며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49개 개발도상국에서는 5~14세 어린이 다섯명 중 한명이 노동을 해 생계를 돕는다. 유엔은 "이들 지역의 어린이 수천만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노예'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유아 영양결핍 최고=세계적으로 매년 1억3천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지만 이중 약 10%(1천20만명)가 홍역과 말라리아·설사병 등으로 숨진다.또 신생아의 10%는 2.5㎏ 이하의 저체중으로 태어나 질병에 취약한 상태며,신생아의 5분의2 이상이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지 않아 '법적 비인격' 상태로 살고 있다. 하루에 필요한 최소 영양분도 섭취하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도 1억5천만명에 달한다. 특히 5세 이하 유아의 60%가 영양실조로 조사된 북한은 잠비아(59%)·부룬디(57%)와 함께 세계 최악을 기록했다.

◇서러운 여자 어린이=초등학교 진학연령(7세)이 지났는데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가 1억2천만명에 달하며 중학교를 못다니고 있는 청소년까지 합하면 15세 이하 미취학 아동은 전세계 어린이의 18%나 된다. 미취학 어린이 중 반 이상이 여아로 드러나 성비가 크게 불균형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63%의 남자 어린이가 취학한 반면 여자 어린이는 57%만 취학했고,중동지역도 취학 남아는 84%인 반면 취학 여아는 77%여서 불균형이 심한 지역으로 꼽혔다.

◇'에이즈 고아' 급증=에이즈에 걸린 15세 이하 어린이는 전세계에서 1백40만명에 달한다. 또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는 1990년 1백20만명에서 2000년 1천40만명으로 급증했다.에이즈에 감염된 임산부는 전세계에 1백80만명으로 그중 1백50만명이 몰려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에이즈로 인한 5세 이하 유아의 사망률이 10년내 두배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은 70여개국 정상이 참가할 이번 어린이 총회에서 이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고, 빈곤국가 어린이들이 깨끗한 환경 아래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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