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 버틀러장은 어떤 자리인가.
“만찬 전 과정의 코디네이터 역할이다. 요리뿐 아니라 테이블 장식, 식기 선택, 서비스 법 등을 각 전문가 집단과 조율한다. 준비단계에서 모든 디테일을 챙기고 구성원을 훈련시키며, 만찬 당일엔 지시를 내리는 현장 감독 역할이다.”
● 만찬 진행 중 에피소드가 있었는가.
“와인, 일본 술, 칵테일 등 각종 주류를 준비했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더우니까 시원한 맥주나 한 잔씩 하자’고 갑자기 제안하더라. 하필 맥주만 없었다. 담당자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런데 마침 행사 끝나고 뒤풀이 때 마시려고 스태프들이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뒀었다. 스태프들 맥주로 위기를 모면했다.”
● 다른 인상 깊었던 정상은.
“정상들 경호원은 대개 식사 장소엔 들어가지 않는데, 미국 경호원은 빌 클린턴 대통령을 따라 테이블까지 들어왔다. 경호원이 가방에서 다이어트 콜라를 꺼내 건넸더니 클린턴 대통령이 몇 모금 마신 뒤 식사를 시작했다. 클린턴은 식사 전에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세계적인 지도자라도 다 인간적 면모가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술이 정말 셌다. 도수가 꽤 높은 일본 술을 잔을 셀 수 없을 만큼 마셨는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말수가 매우 적었다.”
●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 팀에 주는 조언은.
“G20은 참석자 수가 훨씬 많은데, 어려운 과제이지만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 공통된 화제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 테마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한국 요리의 특징을 보여줄 때에도 참석자들이 모두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발효음식이나 매운 음식같이 기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닭고기로 만든 너비아니를 준비해 쇠고기를 먹지 않는 정상에게 깜짝 감동을 줄 수도 있겠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