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수상전, 흑은 5수인데 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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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9보 (170~187)=좌하에서 흑의 독수를 당한 뒤 백의 승부의지는 급속하게 꺼져간다. 安4단은 하변 패를 요술램프처럼 굳게 믿고 있었으나 흑가 등장하면서 그 믿음이 헛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3수 늘어진 패라 거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170은 집을 짓자는 수라기보다는 수상전의 대상을 중앙 흑대마로 바꾸겠다는 수. 安4단은 그 수상전 와중에서 떨어질 이득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흑이 형세를 감안해 조심한다면 '참고도'처럼 둘 수 있다. 일단 흑1로 수를 늘려놓고 3으로 전환해 반상 최대의 상변을 키운다. 그 다음 우하귀를 차지하면 집으로는 마냥 남는 바둑이다.

하지만 젊은 趙5단은 171의 강수를 찾아내 A의 돌파와 대마 포획을 맞보기로 하고 나섰다. 고삐를 늦추지 않고 목을 치러 간 것이다.

安4단은 나머지 7분을 다 털어부어 마지막으로 판을 살폈다. 그러고는 172로 반발했다. 사태가 어차피 글렀다, 정 그렇다면 목을 쳐보라고 安4단은 말하고 있다.

유리한 바둑인데 흑이 굳이 모험할까 싶었지만 趙5단은 4분간의 확인을 거친 뒤 173에 붙였고 이후 망설임 없이 수순을 진행시켜 177로 끊어버렸다.

182를 끝으로 安4단은 초읽기.185의 치중은 노타임. 186에 죄어 수상전이다. 흑은 다섯수인데 백은 몇 수인가.

187로 따낸 상황에서 보니 백은 겨우 두 수였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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