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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大 사건'민주화 인정' 반발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가 지난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자와 부산 동의대 사태 연루자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과 일부 교육단체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보상위원회 내부에서도 운영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반발 확산=경찰청은 29일 보상위원회의 결정문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는 한편 경찰청 차원에서 이의 제기를 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또 부서별로 1989년 부산 동의대 사태 당시의 작전일지 등의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보상위원회가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아무런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런 절차 하자에 주목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의대 사태는 입시 부정 등 학내 사태에서 비롯된 데다 시위대의 방화로 경찰 7명이 불에 타 숨졌는데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29일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에는 위원회의 결정을 비난하는 경찰·시민의 글이 이어졌다.

동의대 사태 순국경찰관 유족회 대표 정유환(45)씨는 "법과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시위를 진압하다 순직한 경찰관들이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데 학생시위가 민주화운동이라면 고인들은 매국노란 말이냐"고 주장했다.

반면 동의대 사태로 구속된 80여명이 참여한 '5·3항쟁동지회'는 "이번 결정을 시대화합적인 측면에서 환영한다"며 "당시 사건이 조작된 의혹이 있는 만큼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교사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과 관련, 일선 교장들은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해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국공립고등학교장협의회 김조영(잠실고 교장)회장은 "교육현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국민 견해도 묻지 않고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상위원회 위원으로 인정에 찬성한 김상근 제2건국위원장은 "실체적 진실은 조사하지 못했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위원회 운영 문제점=보상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노경래(변호사)위원은 "사건 관련자를 변호했거나 당사자와 다름없는 사람들이 결정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을 방화치사까지 한 자연범을 민주화 운동자라고 할 수 있냐"며 "이번 사안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함께 사퇴서를 제출한 김철수(탐라대 총장)위원과 김경동(서울대 교수)위원도 결정방식과 심사내용 등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위원회 한 관계자는 "결정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국민정서와는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민주화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사실상 위원 개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 희생자 가족 등이 번복을 요청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기찬·정현목·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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