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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민주화운동 인정 "불법 묵인""평가 정당"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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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무총리실 산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가 지난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교사와 부산 동의대 사태의 연루자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1천1백39명의 전교조 해직교사와 46명의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이 명예를 회복되고 국가 보상을 받게 됐다. 하지만 사법기관이나 교육계 일각에서 법치주의를 훼손한 결정이라며 반발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줘야 하는 교육부 등은 난감해 했다.

◇인정 논란=보상위원회측은 두 사안을 놓고 지난해 12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격론을 벌였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해오다 이날 다수결 투표로 이를 처리했다. 참석 위원 9명 중 찬성 5명·반대 3명·기권 1명이었다. 표결을 전후해 김철수(탐라대 총장)·노경래(변호사)·김경동(서울대 교수)위원 등 3명이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번 인정으로 전교조는 단순한 노동단체가 아니라 사회발전에 기여한 민주화운동 단체로 그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전교조측은 "정당한 평가가 내려졌다"며 환영했다.

보상위원회는 "촌지 문화 등 그릇된 교육현실을 타파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어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낸 위원들은 "교원노조 설립 등을 금지한 당시 법 체제에서 전교조를 결성·가입한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것은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국민의식에도 맞지않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황석근 대변인은 "당시 법 테두리 안에 있었던 많은 교사의 사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고 "불법 행위에 대한 면책을 주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불법이 보상받는 부당한 사회풍토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의대 사건과 관련,보상위원회는 "시위 결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사태의 본질을 불법 과격시위로 인한 경찰관 사상사건이기보다 노태우(盧泰愚)정권 퇴진운동으로 본 것이다. 보상위원회는 "통상의 시위방식에 따라 화염병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낸 위원들은 "방화치사상 등의 행위는 생명침해 행위로서 이를 민주화운동에 포함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다수의 경찰을 살상한 행동까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화염병 사용을 정당화한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파장·과제=그동안 공무원노조의 결성에 반대해온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당혹스런 처지가 됐다. 공무원노조 역시 전교조처럼 부정부패 추방 등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전교조나 공무원노조 모두 불법으로 출범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반대논리를 세워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보상금 지급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민주화보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천2백억원 가량을 해직교사의 보상으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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