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도굴꾼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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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고려청자 4백여점이 인양된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바다 경비에 비상이 걸렸다.

유물이 더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심이 얕은 데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넓게 개펄이 생겨나는 바람에 경비정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도굴꾼이 몰려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현장 탐사 결과 아직도 바다 밑에 상당량의 고려청자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 일대에 순시선을 띄워 도굴을 막아달라고 군산해양경찰서에 요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러나 지형 여건상 효율적인 경비가 어려워 해경이 고심하고 있다. 군산해경과 비안도 주민들에 따르면 고려청자가 발견된 바다의 수심이 썰물 때는 1m 이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3~4㎞에 이르는 개펄이 생기는 등 해저지형이 급속하게 변해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25t급 경비정 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고려청자가 처음 발견된 지난 6일 이후 비안도 앞바다 일대에 해경 등의 순시선이 단 한번도 운항하지 못했다.

군산해경 오경득 경비과장은 "유물 발견 지점의 유속과 수심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 도굴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임시로 청자가 발견된 지점에서 1㎞ 떨어진 비안도에 경비초소를 만들어 출입자를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청자 발견 소문이 이 지역 어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이미 도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지병목(43)담당은 "이 일대가 지난 25일 사적지로 가(假)지정돼 모든 조업이 중단됐다. 다음달 대대적인 추가 발굴작업에 나서면서 청자 밀거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군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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