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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인선발대회 '시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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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충북 옥천문화원은 다음달 9일부터 4일간 열리는 '지용제'의 부대행사인 포도아가씨 선발대회를 올해부터 없애기로 했다.

1989년부터 매년 개최했으나 출전 희망자가 줄어드는 데다 여성단체 등의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해서다.

10여년째 가을에 열리던 경북 의성군의 마늘아가씨 선발대회는 지난해 열리지 못했다.

지방축제의 단골행사로 전국적으로 2백여개나 난립했던 미인선발대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특산물 홍보 도우미 등을 뽑는다는 명분으로 '○○아가씨'를 선발했으나 대회 참가 자격에 맞는 여성들이 급감하고 있고 여성 상품화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발된 사람들이 대부분의 활동이 1년에 한두 차례 특산품 판매행사에 도우미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쳐 미인선발대회 무용론을 부추기고 있다.

충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옥천군 등 9개 시·군에서 10개의 미인선발대회가 열렸으나 이 중 4~5개가 폐지될 전망이다.

옥천문화원에 이어 증평출장소는 올 가을 축제 때 열려던 인삼아가씨 선발대회를 열린음악회로 대체키로 했다. 증평출장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참가 자격을 증평 거주자에서 충북도내 전체 거주자로 확대했는 데도 출전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원군과 보은군도 각각 약수아가씨와 대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내년부터 폐지할 계획이다.

경남 진해시도 지난 1~10일 진행된 진해군항제에서 전국벚꽃여왕 선발대회를 열지 않았다.

경북 성주군과 전남 보성군은 다음달 각각 참외아가씨와 차(茶)아가씨 선발대회를 앞두고 있으나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돼 개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미인대회 희망자가 부족하자 일부에서는 참가 대상을 아예 주부로 바꿔 대회를 열기도 한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부터 수박아가씨 선발대회를 없애고 수박재배 주부를 대상으로 한 수박아줌마 선발대회를 열기로 했다. 충북 충주시는 2000년부터 사과아가씨 대신 사과아줌마를 뽑고 있다.

청주여성의전화 숙애 상담소장은 "자치단체들은 젊은 여성을 눈요기로 내세워 특산품을 홍보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남영·김상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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