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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서 作名까지 거미손 경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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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시장에서 1등 자리를 거의 놓쳐본 적이 없는 '음료업계의 강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안으로는 서서히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매출과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했고,차입금도 해마다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 취임한 이종원(李鍾元·57·사진)사장이 99년 2월 영업본부장(전무이사)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李사장은 먼저 무질서한 유통체계를 바로잡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전 영업망의 가격을 단일화했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중간상인과 소매상에 따라 일정액을 할인해 공급하기가 일쑤였고, 할인율이 매년 커지면서 회사 수익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단일화는 판매사원과 상인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일종의 유통문화 혁명이었죠. "

조직이 정비되자 李사장은 제품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99년 7월부터 판매된 미과즙 음료 '2% 부족할 때'(일명 이프로)는 그가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이프로는 '날 물로 보지마''우린 노는 물이 달라' 등의 광고카피를 유행시키며 음료시장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제품 이름·마케팅 방법 등 세세한 곳에까지 李사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이 10%에 달했던 스카치블루도 그의 마케팅 전략으로 빛을 본 경우다. 李사장은 위스키는 입소문이 최고의 홍보효과를 낸다고 판단, 롯데 관계사를 동원해 수요를 늘리고 대형 음식점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타깃마케팅을 펼쳤다. 결과 스카치블루는 지난해 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98년 6천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조1천억원으로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순익도 43억원에서 9백73억원으로 22배 증가했다. 비록 롯데칠성의 주식 유통물량이 적긴 하지만 98년 5만3천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25일 현재 73만원으로 폭등했다.

마음고생도 많았다. 롯데그룹 감사팀 임원으로 있으면서 롯데삼강·롯데칠성의 감사를 통해 '악명'을 떨친 만큼 칠성으로 보직이 변경되자 주위에선 "얼마나 잘 하는지 두고보겠다"는 등 갖은 비아냥이 있었다. 그는 "가격단일화제를 실시할 땐 '선무당이 사라잡는다'는 험담까지 들었다"며 웃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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