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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0대그룹 '닭띠해 경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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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50대 그룹의 70% 가까이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대로 예측했다. 나라 안팎의 경제.경영 환경이 워낙 불투명해 경기회복을 기대하려면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비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수출 비중이 큰 상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세적 경영전략을 세운 곳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회사의 핵심 역량과 향후 실적 기대치에 자신감을 가지고 '불황일수록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런 추세는 중앙일보가 삼성.LG.SK.현대차 등 국내 50대 기업집단(자산 순위, 회신 42곳)을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이 설문에는 각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답해주었다.

◆심상찮은 실물 현장의 감(感)=조사 결과 내년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미만일 것으로 예상한 그룹이 68%에 달했다. 연간 성장률 4%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으로 흔히 간주돼온 수치다. 특히 22%의 기업들은 내년 성장률이 3.5%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근래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년도 성장률 추정치를 3%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산업현장의 경영자들마저 저성장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시점에 관해서는 2006년 상반기(4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루한 불황 터널을 상당 기간 더 지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대다수(76%)가 '당분간 답보'라는 반응이었다. 성장과 경기회복에 대한 시계(視界)가 이처럼 불투명한 것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침체▶환율 불안 등에 따른 수출경기 퇴조 가능성▶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고공 행진▶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 때문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인 대미 달러 환율의 내년 평균치가 달러당 105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률이 67%에 달했다. 1000원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곳도 10%나 됐다.

국제 유가는 내년에도 배럴당 평균 30달러 이상(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의 고공 행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절대 다수(90%)였다. 아울러 원자재 파동에 소비경기 침체와 기업 자금난까지 겹쳐 사업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노사관계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다.

◆어려울수록 투자해야=경영환경이 대체로 밝지 않지만 국내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곳(34%)이 줄이겠다는 곳(7%)보다 훨씬 많은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내년도 업황(業況) 호조가 지속될 걸로 보이는 일부 업종(반도체.이동통신.철강.조선 등)을 중심으로 선행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특히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현금을 쌓아놓은 삼성 등 상위 10대 기업집단은 빠짐없이 내년도 국내외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최소한 올해 수준 정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데는 몰라도 우리 회사만은 잘해 낼 수 있다'는 각오도 곳곳에서 보였다. 올해 매출과 수익이 지난해보다 나아졌고, 내년에도 매출 증대를 기하겠다는 답변이 우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임금삭감을 염두에 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점 역시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정책 불확실성이 걸림돌=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과제는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규제 완화▶투자 지원을 위한 세금 혜택 등을 꼽았다.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설문 항목은 사안의 민감성이나 피해의식 때문인지 빈칸으로 남겨둔 응답자가 적잖았다. 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관해선 '잘못하는 게 더 많다''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칭찬보다 많았다. 경제개혁의 효과에 냉담하거나 회의적인 시각도 꽤 있었다. 올해 재계의 최대 뉴스로는 ▶달러 약세▶수출.내수 양극화▶석유 파동 등이 꼽혔다.

홍승일.이원호 기자

*** ◆설문에 답변해 주신 분들

삼성 구조조정본부 최광해 부사장(재무팀장), ㈜LG 정일재 부사장(경영관리팀장), SK㈜ 최상훈 전무, GS홀딩스 서경석 사장, 대한항공 이종희 사장, KT 이용경 사장, 현대자동차 최재국 사장, 롯데호텔 김병일 사장, 포스코 이구택 회장, 대한주택공사 한행수 사장, 한국토지공사 김재현 사장, ㈜한화 화약부문 남영선 사장, 현대중공업 유관홍 사장, 현대 경영전략팀 최용묵 사장, 한국수자원공사 이환기 부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오남수 사장, 한국가스공사 오강현 사장, 두산 이재경 사장, 동부 김동성 부사장, 효성 이상운 사장, 신세계 구학서 사장, 대림산업 최재신 전무, CJ 김주형 대표, 동양메이저 노영인 사장, 코오롱 한강희 사장, KT&G 곽영균 사장, 하나로텔레콤 윤창번 사장, 동국제강 전경두 사장, 현대백화점 하윤만 사장, 한솔제지 문주호 대표,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 GM대우 이성상 전무, 현대산업개발 이방주 사장, KCC 김춘기 사장, 대한전선 하성임 이사, 동원F&B 박인구 대표, 삼보컴퓨터 이홍순 회장, 하이트맥주 윤종웅 사장, 대성산업 정광우 사장, 한국타이어 서승화 마케팅본부장, 대상 김용철 사장, 농심 이상윤 대표

*명단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순위에 따름

*** <경제 전망 설문 주요 내용>

(괄호 안은 응답 비율, 단위:%)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①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0)

②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 (12)

③당분간 답보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76)

④완만하게 나빠지고 있다 (12)

⑤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0)

▶내년 국제 원자재 가격 전망은.

①많이 오를 것이다 (5)

②약간 오를 것이다 (74)

③올해 수준에 머물 것이다 (19)

④약간 내릴 것이다 (2)

⑤많이 내릴 것이다 (0)

▶내년 개인 소비지출 수준은.

①크게 증가 (0)

②다소 증가 (19)

③현재 수준 (46)

④다소 감소 (33)

⑤크게 감소 (2)

▶노사 관계 전망은.

①크게 호전 (0)

②다소 호전 (31)

③현재 수준 (55)

④다소 악화 (14)

⑤크게 악화 (0)

▶투자 저해와 산업공동화의 원인은.

①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39)

②정부의 각종 규제 (17)

③고임금, 비싼 땅값 등 고비용 구조 (44)

④세제.토지 등 메리트 감소 (0)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 차별이 있나.

①국내 기업이 크게 역차별당한다 (12)

②다소 역차별당한다 (71)

③역차별이 거의 없다 (14)

④외국 기업이 다소 역차별당한다 (3)

⑤외국 기업이 크게 역차별당한다 (0)

▶국내 경제단체들의 기업 의견 수렴 역할은.

①매우 못한다 (2)

②못하는 편이다 (26)

③보통이다 (53)

④잘하는 편이다 (19)

⑤아주 잘한다 (0)

▶내년 임금 수준은.

①대폭 오를 것 (0)

②소폭 인상 (49)

③올해와 비슷 (51)

④삭감될 것 (0)

▶노무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평가는.

①아주 잘하고 있다 (0)

②공과가 있지만 잘하는 게 더 많다 (14)

③그저 그렇다 (43)

④공과가 있지만 못하는 게 더 많다 (37)

⑤아주 못하고 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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