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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인과 키스의 효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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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즘은 상대적 가치로 어떤 일의 경중을 가리는 것이 사회적 풍조다. 예전에는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食以爲天)’고 해서 먹는 것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는데, 요즘의 유럽은 섹스를 삶의 중요한 보람이며 행복의 바로미터로 보는 경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세계의 문헌을 찾아보면, 역시 성문화의 원조는 아라비아와 인도 사람들로 되어 있다.

곽대희의 性칼럼

아라비아 사람들은 부부생활에서 성적 기호가 서로 일치해야 행복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2세기 때부터 섹스를 즐겁게 하는 성애술을 남녀 쌍방에 가르쳐 왔다. 특히 압바스 왕조 때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사라센 의학의 기초 아래 그들만의 특별한 성애술을 개발·보급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금 섹스 애호가들의 텍스트북처럼 되어 있는 『훈원(薰園)』 『페팅의 기교』 『성감대의 열쇠』등이 모두 그 당시 만들어진 출판물인 것만 봐도 당시 성애술 연구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이 저서의 특징을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히포크라테스의 기질론(氣質論)과 카마수트라의 체험적 결론을 융합시킨 퓨전 의학의 형태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크로바트식 섹스 체위를 주창하는 것이 인도의 성애술이라면, 기립성 체위는 무릎관절에 과중한 부담으로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든지, 중심을 못 잡고 넘어졌을 때 뇌진탕의 위험이 있다거나, 횡와위(橫臥位)는 대퇴를 중심으로 한 좌골신경에 손상을, 그리고 여상남하의 자세도 척추와 심장에 공히 부담이 된다는 등 의학적 이론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라비아 성애술이다.

그뿐만 아니라 늙은 여자와의 교접은 독배를 마시는 것과 같고, 젊은 여성과의 섹스는 정력을 증진시키는 보약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체위의 기본을 좌위(坐位)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아리비아식 섹스가 가진 특징이다. 남녀 쌍방이 마주 보고 앉아서 여자가 남자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행하는 섹스는 성교라기보다 전희적 냄새가 더 짙다.

인도와 서남아시아에서는 좌위로 한 시간 이상 접촉의 쾌락을 즐기는 것이 정석 코스처럼 되어 있다. 이런 자세로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는 것이 그들의 성 운영법이다. 그리하여 어떤 수준 이상의 성적 만족에 도달하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체위로 마지막 성교의 피치를 가해 섹스를 종료한다.

애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여자는 손으로 애무하지 않으면 익지 않은 과일’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특히 키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자주 쓰이는 표어 같은 것이다. 서로의 육체적 관능을 불러일으키고 거기서 생기는 쾌감이 누적되면 성적 흥분을 촉진하는 것이 키스라고도 가르친다.

‘최상의 입맞춤은 촉촉한 입술 위에서 입술과 혀를 빨아들임에 따라 달콤하고 신선한 타액의 분비를 촉진하며, 그것이 서로의 입 속에서 섞이고 남자의 신체 속으로 돌아 관능을 환기시킨다’는 키스 이론은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에로티즘의 생리학적 메커니즘이다.

결국 요약하면, 키스는 욕정을 눈뜨게 하는 유희의 수단이고 관능의 기쁨을 전달하는 메시지라는 의미가 된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문답 중 ‘섹스가 하고 싶으면 키스하라’는 충고가 있다. 이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현대인이 섹스를 시작할 때 키스를 하는 이유도 그것이 성행위의 서막(序幕)을 열어준다는 뜻이라고 생각할 때 키스는 현실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성애법인 것을 깨닫게 된다.

놀라운 것은 중국과 인도인들이 입맞춤에서 교환되는 타액이 육체에 정기를 주는 묘약인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당시 아라비아인들은 젊은 여인의 타액이 곧 불로장생의 원동력이라고 극찬한 점은 현대적 내분비학 지식이 없던 시절 파로텐(parotene)이라는 호르몬 효과를 예견했다는 점에서 날카로운 관찰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입맞춤은 마치 신선한 혈액의 수혈처럼 성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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