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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달굴 '짜릿한 블랙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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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특이한 형식의 퍼포먼스 세 편이 한여름 기획공연으로 준비되고 있어 화제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한여름에 모처럼 공연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남미 아르헨티나산인 '델라구아다'와 남아프카공화국의 '검부츠', 그리고 '난타' 후속작인 한국의 'UFO'가 화제의 작품들이다.

현재 세계 공연계에선 탈장르의 '잡종'예술이 강세인데, 이들 작품은 그런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떤 공연인지 미리 알아본다.

◇델라구아다='엽기적인' 공중곡예쇼다. 배우들의 무대는 지상이 아니라 공중이다. 화려한 조명과 색채, 테크노의 금속성 굉음이 어울리면서 괴기스럽기까지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개들은 모두 서서 보게 돼 있으며, 관객을 갑자기 무대로 납치하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곳곳에 숨어 있다.

원적(原籍)은 탱고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다. 1995년 가난한 민중들의 억눌린 심성을 위무할 대중쇼로 선을 보였다. 이후 미국 뉴욕의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가 이를 발굴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함으로써 세계적인 배급망을 타게 됐다. 오리지널 팀이 아시아 첫 공연을 한국에서 한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전용극장을 세우는 등 1년간 투자되는 총 제작비가 91억원. 국내 프로듀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성공시킨 설도윤(인터뷰 참조)씨다. 제목 '(Angel)Del La Guarda'는 '수호천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다. 7월 개막 예정. 02-542-0530.

◇검부츠=검부츠(Gumboots)는 고무장화라는 뜻. 그러나 속뜻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금광 노동자들의 '노동요(춤)'를 이른다. 해진 청바지에 고무장화를 신고 발을 구르며 노래를 부르던 이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스텀프''탭덕스' 등 미니멀리즘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텀프' 등이 햄버거같은 패스트푸드라면 '검부츠'는 지역적이고 민족적인 정체성이 녹아 있는 전통음식에 가깝다.

풍성한 화음의 아카펠라와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타악기 리듬이 일품이다. 오리지널팀인 '리실 검부트 댄서스 오브 소웨토'(연출 젠지 므불리) 멤버들이 온다.8월 14~1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02-2005-0114.

◇UFO='난타'를 만든 PMC극단의 신작이다. 서커스와 SF(공상과학)·SFX(특수효과)를 가미하고, 우주로까지 관심영역을 넓힌다.

최용훈 연출로 출연진은 9~11명.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유영하다 어느 주유소에 불시착한 우주인들이 일으키는 해프닝을 담았다. 중국 서커스 학교에서 일부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등 한창 배역을 정하는 중이다.

8월 17일부터 대학로 동숭홀에서 3개월간 공연한다. 제작사는 '난타'처럼 장기적 마케팅을 통해 국제적인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02-739-8288.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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