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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외고, 자율형 사립고로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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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외국어대 부속 용인외고가 전국 33개 외고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전환된다. 올해 중3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1학년도부터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제출한 자율고 전환 계획서를 심의해 23일 승인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말 외고 체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외고 중 학교 형태를 바꾼 것은 용인외고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 경기도 지역 학생들만 신입생으로 선발할 수 있었으나 올 하반기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현재는 전국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학교(마이스터고 제외)는 민족사관고, 전주 상산고 등 7곳뿐이다. 모집인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뽑는다. 신입생 모집요강은 다음 달 중순 확정될 예정이다.

외고에서 자율고로 전환되더라도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35명)는 달라지지 않는다. 학교 측은 교명도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학생들이 영어과 등 5개 외국어과에 속했으나 국제·인문사회·자연과학 등 3개 계열로 재편된다.

◆외고의 자율고 전환 이유는=외고의 자율고 전환 신청은 교과부의 외고 압박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말 외고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외고로 남으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줄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고·자율고로 전환하거나 아예 일반고로 편입하도록 외고들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고들은 “수월성(우수 학생 대상) 교육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면서도 다른 학교로의 전환을 검토했다. 용인외고가 가장 먼저 자율고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외고들이 용인외고 같은 방식을 따를지는 불명확하다. 자율고로 전환하려면 학교법인이 한 해 등록금 총액의 3~5%를 법인 전입금으로 학교에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용인외고처럼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법인전입금이 등록금 총액의 25%가 되어야 한다. 이 정도의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외고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상당수 외고들은 학교 규모를 줄여 외고로 존속하거나 학교 재단의 전입금 부담이 작은 자율고(시·도 등 광역 단위 모집만 가능)나 국제고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고나 자율고에 비판적인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도 외고 전환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경기도 등 6개 지역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외고나 자율고를 늘리기보다 공교육 대안학교인 혁신학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용인외고는 지난 2월 등록금을 일반사립고의 세 배 수준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자율고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됐다.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학교 측은 등록금을 일반사립고의 두 배로 조정했다. 또 학부모에게 받는 학교 운영 지원비도 연간 200만원에서 일반고 수준(30만원)으로 낮춰 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수원=정영진 기자, 이원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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