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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용 부동산 열기 식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분양대행업을 하는 C씨는 요즘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가 분양을 맡고 있는 수도권 한 오피스텔의 견본주택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두달 전 인근에서 다른 업체가 내놓은 오피스텔에 투자자들이 몰려 이틀 만에 분양이 마무리된 것과 비교가 돼 더욱 초조하다.

부동산 투자 열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오피스텔·상가·재건축아파트 등 실수요용이 아닌 투자상품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물론 지역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이 올 초보다 조용해진 가운데 공급이 많은 곳일수록 찬바람이 더 세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금리인상 대세론이 확산되던 지난달 말부터 분위기가 위축됐다"며 "공급과잉으로 임대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좋은 시절 갔나=일산 신도시 장항동에 마련된 K오피스텔 견본주택. 손님을 맞을 슬리퍼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으나 방문객은 많지 않다. 13~27평형 6백80여실을 지난달 말부터 내놨지만 21일 현재 계약률이 4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문의만 꾸준하지 계약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근 A오피스텔 1천5백실도 분양 보름 동안 50% 정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다.광진구 H오피스텔은 분양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계약률이 50%를 밑돌고 있으며 영등포구의 K오피스텔도 분양한 지 한달이 넘도록 전체 7백10실 중 1백80여실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오피스텔의 경우 한달 전만 해도 사전 예약자 가운데 계약하지 않는 사람이 20~30%였으나 지금은 50%를 넘는다"며 "한꺼번에 몇 채씩 계약하던 투자자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상가 시장도 내리막길이다. 금리인상 대세론이 퍼지면서 투자비 1억원 이상의 상가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 신림동 R상가와 신당동 O상가는 분양률이 40~50%인 가운데 1억원 이하의 소액 점포에만 투자수요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가 114 윤병한 대표는 "금리인상 움직임과 공급확대 등으로 1억원 이상 점포엔 투자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재건축도 단타족 사라져=서울·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그동안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기준시가 인상과 재건축사업 규제강화 등으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 때문이라고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말한다.

잠실주공4단지의 경우 지난달 말 사업승인을 얻어 큰 재료가 생겼는데도 값은 내림세다. 지난달말 4억5천만원이었던 17평형이 지금은 4억~4억5백만원으로 5천만원 정도 내렸으나 이 값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지난달 말 시공사를 정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도 13평형이 1억9천만~1억9천5백만원으로 2주새 1천만~1천5백만원이 빠졌다.

기준시가가 많이 오른 과천도 별양동·원문동 주공아파트들이 평형별로 2백50만~5백만원 떨어진 가운데 매수세력이 없다.

잠실 로얄공인중개사무소 최한규 사장은 "금리에 대한 불안심리가 갈수록 커지고 기준시가 인상에 따른 세금부담 때문에 매도·매수자 어느 쪽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대로 가라앉을까=수도권 분양시장의 과열을 우려했던 전문가들은 요즘 급랭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자 오히려 당혹스러워한다.

열기가 갑자기 가라앉을 경우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다소 처졌을 뿐이지 침체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공급과잉이 지적된 일부 지역·투자상품만 조용할 뿐이지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투자분위기 냉각이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쉽게 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지역별·상품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황식·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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