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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명물 레코드점 '바로크' 적자 못 견뎌 23년 간판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서울대병원 후문 옆 레코드점에서 첼로 선율의 '사랑의 인사'란 곡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크의 마지막 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린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첼로음은 유난히 처량하게 들렸다.

1979년 문을 연 이래 대학로의 명물로 통해온 레코드점 '바로크'.

그 바로크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임원빈(49)사장은 이날 밤 그동안 자신의 레코드점을 아껴온 손님 10여명을 불러 음악과 술로 아쉬움을 달랬다.

성균관대 앞의 '카네기'란 세평짜리 레코드점으로 시작해 84년 지금의 자리로 옮긴 바로크는 클래식 전문 레코드점으로 대학로의 상징 중 하나였다. 바로크가 문을 닫는 것은 누적된 적자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 하루평균 4백여장 나가던 음반은 IMF를 계기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다국적 기업의 체인점 등 상업문화의 공세 속에 대학로 명물들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20년 넘은 샘터사 지하의 밀다원 다방은 3년 전쯤 문을 닫았고, '오감도' 등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클래식 카페도 사라진 지 오랩니다."

56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학림다방의 제4대 사장 이충렬(46)씨는 "이제 학림만 남았다"고 했다.

바로크가 있던 자리에는 5월 체인 형태의 설렁탕집이 들어선다.

손민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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