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국경제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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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필자 일행은 이번주 한국의 기업환경을 설명하고 한국과 미국간의 경제협력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리 일행은 백악관,국무부·상공부·무역부·농산부,상·하원, 미국 상공회의소, 자동차·제약·철강·소프트웨어 및 지적재산권협회 등 여러 무역단체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느낀 워싱턴의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으며 미국인들은 단결해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의 관심은 국가 안보, 중동의 위기 및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집중되고 있는 듯했다.

또 놀랍게도 미국 의회나 국가공무원들은 테러와의 전쟁에 지치거나 초조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부시 대통령이 인내와 신념을 가지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미국 의회나 공무원들이 부시 대통령과 미군에게 전세계적으로 테러를 근절시키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음이 명백하다.

부시 대통령의 성격과 그의 국민지지도를 비춰볼 때 "미국편이 아니면 적이다"라고 말한 그의 신념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9·11 테러 후 부각된 안보의 중요성으로 워싱턴은 그동안 경제 현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나아가 미국의 경제가 낙관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게 됐다.

현재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상승기조에 있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공감한다. 부시 대통령의 세금 인하(감면)정책이 미국경제 회복에 기저를 이뤘다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시의 이러한 정책은 향후 한국 경제성장 및 국내총생산 상승의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몇 년간 한국경제에 대한 워싱턴의 인식은 잘못됐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한 개혁정책의 깊이와 그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이번 워싱턴 방문기간 중 비록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여전히 갖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은 사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국가라는 설명을 적극적으로 했다. 우리의 설명을 들은 미국 관계자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우리 일행은 이번 방문기간 중 만난 미국 조야의 관계자들에게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 국가로 성장하고, 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줄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다.

또한 우리 일행은 미국이 한·미간 상호투자협정 체결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임을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상호투자협정(BIT)이 체결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철강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 조치를 살펴보면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인 수완에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매년 1억3천만t의 철강을 소비하는 데 이 가운데 3천만t이 수입 철강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책정한 고율관세 정책은 수입철강 3천만t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6백만t의 수입철강에 대해서만 특별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80%는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철강생산 주(州), 철강노조 및 보수적인 민주당의 지지세력을 합하여 지지를 얻었으나 실제 부시 자신의 자유무역 원칙과는 맞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한국인들이 이룬 눈부신 경제발전에 대해 미국이 이를 더욱 더 정확하고 긍정적으로 이해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동시에 우리 일행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헌신적인 한국인과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한 한국경제에 대해 워싱턴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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