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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돌며 설교하고 경험 나눌 터" 한국기독교교회協 총무직 물러나는 김동완 목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재임 기간에 기회가 많았었는데 제게 부족한 점이 많아 한국 교회를 하나로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지난 8년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총무직을 맡아 민주화와 인권운동, 남북통일 운동에 앞장섰던 김동완(60)목사가 18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金목사는 이날 오후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가진 이임식에서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 함께 일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교회 연합을 위해 기도하고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작은 교회를 돌면서 설교를 하고, 다섯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하고 미군의 노근리 학살사건을 1999년에 세계적으로 이슈화하면서 얻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 갖겠다"고 말했다.

金목사는 북한과 축복을 함께 나누자는 운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축복을 북한 주민들과 나눠가질 때입니다. 지난해 6·15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는 교회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북한과 축복을 나눠가지겠다는 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金목사는 70년대에는 빈민사목 활동을 벌였고, 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펼쳐 개신교 내에서 김재준 목사 등에 이어 진보파 2세대의 대표적 인물로 꼽혔다. 그는 감리교 소속이다.

金목사는 "인하공대를 졸업할 때만 해도 신앙적으로 보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다 67년 서울역 앞 남산동 판자촌의 철거민을 접하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떴다. 그때 철거민들을 위해 활동하다가 전태일씨의 가족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83년에는 전태일기념사업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90년대 들어서는 북한 교회 초청으로 5회에 걸쳐 북한을 방문, 평양 봉수교회에서 설교를 하면서 교회 내 통일운동의 중심에 섰다.

KNCC는 예장통합과 기독교감리·기독교장로 등 8개 교단이 가맹한 진보단체로 70년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박종철 고문사건과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KNCC를 통해 폭로됐다는 사실에서도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후임은 백도웅 KNCC 부총무며 22일 취임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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