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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有價부수 검증 철저하게" : 언론학계, 올 ABC制 시행 개선 요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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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부터 본격화할 신문의 유료 판매부수 공사와 관련해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학계와 언론개혁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ABC(신문·잡지 부수공사 기구)제도 활성화를 부수 부풀리기와 무가지에 의존하는 판촉 관행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부터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은 유료 판매부수의 검증방식에 대한 논란이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신문사가 전체 독자 파일을 가지고 관리·서비스하는 반면 우리는 지국이 관리하는 형태다.

그나마 지국의 운영 시스템이 완전 전산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부수를 조작했을 경우 검증하기 힘들다. 특히 지국이 독자의 구독 중단 사실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거나 지국장이 자기 돈으로 수금처리하는 등의 속임수를 가려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BC협회가 검증 지국을 비공개로 선정하고, 1년 전의 자료를 조사하기 때문에 결과의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나아가 2주 전에 지국에 실사를 통보하기 때문에 부수 부풀리기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ABC협회 홍석윤 부장은 "아직 ABC협회의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각 신문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료 판매부수를 검증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외국같이 검증을 받는 신문사들이나 광고주들이 조사비용을 대는 등 재정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제도는 조선일보에 이어 중앙일보·동아일보가 가세함으로써 본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광고주협회가 올해를 신문 부수공사 정착의 해로 삼고 회원사들의 협조로 이 제도 참여사와 비참여사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광고 배정에 나서기로 해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공사 결과의 신뢰성 확보가 선결 과제다. 특히 이 제도가 길을 잘못 들어설 경우 무가지 과당경쟁을 촉발할 우려마저 엿보인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발행부수를 공사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유가 부수를 정확하게 산정·발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ABC협회는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동시에 발표하고 있다.

현재 조선일보는 본공사를 실시, 그 결과가 공개되고 있으며 중앙일보·동아일보의 경우 지난해 예비공사를 끝내고 올 들어서는 본공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한매일과 문화일보 등 다른 신문사도 광고주협회의 발표 이후 ABC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동아일보 3사 실무진들은 올 들어 부수산정 기준에 대한 문제를 거듭 논의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규정을 다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1년간 유예기간을 두면서 규정을 고치는 방향으로 합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은 산정기준을 기존의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광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제도로는 무가지 경쟁을 근절하기보다 오히려 촉발 요인이 더 강해 보인다"고 전제, "서둘러 공사 방식을 개선해 광고주와 독자에게 신뢰를 주면서 광고시장의 거품 해소와 과학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위원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신문사·잡지사 등이 직접 보고한 유료 판매부수를 협회가 자체적으로, 또는 공인회계사 등 외부에 아웃 소싱하는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조사해 그 부수를 검증하여 공개하는 제도다. 세계적으로 미국 등 32개국이 실시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35개 신문사가 ABC협회에 가입했지만 공사 실사를 받는 신문과 주간지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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