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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사랑 자신만만 유혹 청춘도 가지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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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쳇 베이커의 음악에선 청춘의 냄새가 난다." 어느 소설가는 재즈에 관한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청춘의 냄새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감흥이 다르겠지만, '4월 이야기'의 그것은 아마도 과일의 향기를 닮지 않았을까.

'4월 이야기'는 전적으로, 젊음의 풋풋함을 찬미하는 영화다. 영화는 대학에 입학한 여학생의 시점에서 도쿄의 거리를 스케치한다.

벚꽃은 눈발처럼 날리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바쁘게 오간다. 게다가 이 여학생의 첫사랑에 관한 비밀까지 곁들인다. "사랑의 기적을 믿으세요?" 일본영화 '러브 레터'로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에서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의 느낌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과장되거나 조금의 부족함 없이.

'그들만의 계절'은 청춘의 땀 냄새에 관한 영화다. 정신없이 풋볼에 열중하는 고등학생들 이야기다. 세대간의 갈등을 담은 '그들만의 계절'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성장의 과정을 그려간다. 어른들이 무조건 옳은 걸까? 어디, 한번 고지식한 그들과 신나게 싸워보자. 상처가 남게 되는 건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막슨은 스타 선수는 아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자신이 즐길 수 있을 때, 모든 건 의미를 지닌다는 것. 오로지 '승리'만을 강요하는 풋볼 코치에 맞서 막슨과 친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뤄야만 한다. 이 영화는 이렇듯 청춘이라는 활력 넘치는 '시간'을 힘껏 찬미한다. 청춘 스타 제임스 반 데어 비크와 성격파 배우 존 보이트의 연기 대결이 근사하다.

더 노골적인 청춘의 모습이 보고 싶다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 있다. 뉴욕 맨해튼 상류층 자제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담고 있다. 순결과 섹스, 근친상간과 진실한 사랑이라는 극단적 소재 사이를 오가면서 영화는 겁없는 10대들의 솔직함을 투영한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청춘, 그 순수함이 왜곡된 환상인 건 아닌가 싶다.

의붓 남매인 캐서린과 세바스찬은 순진무구한 소녀를 정복하는 것을 '게임'으로 즐긴다. 상대에게 진심을 열어보일 때,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죽음이다.

중세가 배경이었던 원작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귀족들의 행태와 요즘 청소년의 모습을 하나로 뒤섞는다. 공통점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오만함이다. 그것마저 젊음의 특권이라면 진부한 이야기가 될는지.

김의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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