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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힘 얼마나 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지금 삼성전자를 사도 될까."

요즘 많은 투자자들이 털어 놓는 고민이다. 뛰는 말에 타자니 겁이 나고 가만 있자니 아쉬운 게 이들의 심정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기세가 놀랍다. 특히 1분기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과 기관의 선취매 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7일 1만7천원(4.37%) 뛴 40만6천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가인 지난 3일의 40만4천원을 불과 9일(거래일 기준)만에 갈아치운 것.

이로써 삼성전자 주가는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1월 3일(4만5백원)이후 4년4개월 만에 무려 10배로 올랐다.

또 외국인 지분 비중도 29.28%에서 54.93%로 껑충 뛰었다.<그래프 참조>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6.3배, 포항제철은 3배 가량 올랐다.

최근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 1,000선 돌파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에 달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온통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 김승식 부장은 "삼성전자가 50만원 선을 넘는다면 종합주가지수는 1,100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많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표 참조>

삼성전자가 이처럼 맹위를 떨치는 비결은 뭔지를 짚어본다.

◇실적이 말해준다=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 이해균 팀장은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인텔·노키아 등과 같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실적은 인텔·노키아 등과 견줄 만한 수준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인텔·소니·노키아와 엇비슷했지만 순이익은 노키아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표 참조>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인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2일 소니를 앞지른 이후 격차를 점점 벌려놓고 있다.

그래도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나머지 3개 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PER란 투자자들이 그 회사의 실적을 감안해 얼마 정도까지 주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것이다.

◇탄탄해진 사업구조=외환위기 이전에만 해도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메모리반도체값 흐름에 따라 기복이 심했다.

95년 메모리반도체값이 폭락세로 돌아서자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은 96% 떨어졌다. 그러나 2000년도 반도체 가격이 정점에서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지만 EPS는 5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의 등락에 대해 상당한 내성(耐性)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EPS란 순이익을 총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기업의 가치가 좋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부문 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98.5% 줄었지만 전체 순이익은 2조9천억원을 웃돌았다. 정보통신부문에서 1조4천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향후 주가는=삼성전자는 1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것은 1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삼성전자의 실적이 2조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면 주가는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2조원 선을 달성해도 주가는 당분간 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며칠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동향도 변수다.

메릴린치증권은 "삼성전자가 2분기에도 안정적인 고정 거래선 가격 덕분에 D램 평균판매 가격을 꾸준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JP모건은 "공급 조절에 따른 D램 가격 상승요인은 이미 기력을 잃었다"고 지적해 메릴린치와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2분기 평균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1분기에 비해 10% 정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대신·교보 등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또는 '강력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이 예상한 목표 주가는 51만~70만원선. 신영증권은 52만원, 메릴린치는 7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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