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흥업소 뒤 봐주는 공무원 계속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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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3월 15일 “공무원의 비호(庇護) 없이 장기간 불법행위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북창동·강남 지역 13곳에 유흥주점(룸살롱)을 운영하는 업주가 경찰관·공무원과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이어 업주와 전화통화한 경찰관 63명에 대한 감찰이 착수됐다. 4개월간의 조사 끝에 경찰은 그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이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경찰관 중 단 한 명의 비리 연루 혐의도 적발하지 못했다.

장사나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겪는 공통된 경험이 있다. 불법영업 단속, 위생점검, 소방점검, 세무조사 등 ‘업무’라는 명목으로 관련 공무원들이 수시로 사업장을 찾아온다. 공무원들에게 밉보일까, 신체적 속박을 비롯해 영업정지·벌금·추징을 당할까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그래서 평소 ‘인사치레’를 해둬 화(禍)에 대비한다. 불법행위의 소지가 다분한 룸살롱을 운영하려면 말할 것도 없다.

영장이 신청된 업주는 ‘삐끼’로 출발해 10년 만에 ‘강남 밤의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룸살롱업계에서는 성공한 모델로 통하는 인물이다. 입에 담기도 껄끄러운 불법 변태영업이 비결이었다. 최근 5년간 3600억원의 매출에 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번 돈으로 벤츠·아우디를 비롯해 최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굴렸고, 매달 한 차례 이상 마카오·홍콩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고급 아파트와 빌라도 친인척 명의로 사놨다. 세금 포탈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경찰·세무서·구청은 10년 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바지사장’ 내세워 재산을 숨겨논 탓에 추적하기가 힘들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방식이 유흥업계의 관행이라는 점은 공무원 빼놓고 다 알려진 사실이다. 시내 한복판 대형 룸살롱에서 미성년자가 포함된 여종업원들에게 유사(類似) 성행위를 시켜 ‘범죄수익’을 긁어모으고, 세금까지 빼돌리는 게 혼자의 힘으로 가능할까.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불법과 결탁을 뻔히 알면서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