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학기부터 도입하는 독서교육지원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다각적인 독후활동과 결과물 제작 가능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은 부산교육청이 지난해 시범 운영한 독서활동 온라인 관리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웹 사이트에 접속해 다양한 독후활동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증빙서류로 정리해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감상문 쓰기부터 독서퀴즈, 감상화(독서그림), 생각 키우기, 인터뷰, 개요 짜기, 일기 쓰기, 동시 쓰기, 편지 쓰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초·중·고별로 6~7개 활동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동안의 독서이력을 누적할 수 있다. 교사는 학교도서관 지원시스템으로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시스템 개발·운영에 참여했던 부산교육청 김동환 장학사는 “자신이 토론방을 개설해 운영할 수도 있고, 관련 과목과 교사를 정한 뒤 감상문을 올리면 해당 교사의 첨삭과 조언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쌓인 독서이력에서 학생은 원하는 내용만 별도 편집해 입시 전형서류로 제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능으로 만들 수 있는 출력물은 포트폴리오, 개인 에세이, 가족·친구와 함께 만든 협동문집 등 다양하다. 김 장학사는 “독서노트 등 혼자서 기록하던 1차원적 독후활동을 떠나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독서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년별 추천도서목록 등 기본 정보와 양식이 제공되므로 학생의 의지에 따라 독서활동 성과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학생과 교사의 성실한 기록 관리 필요

경기고 이만석 교사가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도입될 독서교육지원시스템(www.reading.go.k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이용해 성과를 얻으려면 성실한 태도가 필요하다. 각종 활동 흔적이 실시간으로 남게 돼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장기 계획을 세운 뒤 접근해야 한다. 부산교육청과 함께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던 부산남고 학생들은 “독서능력 계발에 도움이 됐다”면서도 “독서기록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부산남고 독서토론동아리를 지도한 한국과학영재학교 이성건 교사는 “같은 주제로 쓴 자신의 옛날 글과 최근 글, 자기 글과 친구의 글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학생들의 사고력이 발달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글을 본다는 생각에 글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이는 독서시간이 누적될수록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교사의 경우, 학생들의 활동자료를 비교·분석할 수 있어 학교생활기록부에 구체적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창의적체험활동시스템·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과 함께 교사의 기록 관리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가 있다.

독서활동 이력 차별화·개성화 요구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은 특히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겐 꼭 필요한 활동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기소개서·추천서·학업계획서 양식에 독서이력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이지원 연구원은 “입학사정관전형과 독서특기자전형은 독서이력과 독서능력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독서 흔적이 남겨져 학생의 관심사와 전공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생들은 개인별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이용하면 전국 학생들의 독서활동 내용과 양식이 비슷해 면접에서 개인의 특장점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고 이만석 교사는 “복수 지원하는 대학들마다 인재상이 달라 똑같은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교사들도 업무부담 때문에 독서활동 결과를 확인 없이 승인만 해주진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나만의 개성적인 독서이력을 만드는 데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