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치 없는 GE'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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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아무래도 전같지 않다. 올 1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최근 주가가 14%나 떨어졌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전설적인 경영자인 잭 웰치(사진)가 지난해 9월 은퇴한 뒤 의구심을 갖게 된 투자자들이 회사측 발표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향상 행진 멈추다=GE의 순익은 올 1분기에 2.7%(전년 동기비)감소했다. 분기 이익이 줄어든 것은 7년 만이다. 전문가들이 회사의 실상을 파악할 때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는 영업 현금흐름은 53%나 줄었다. 발전설비 부문에서 고객들의 주문취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1분기 그룹 전체 매출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문가들은 GE캐피털의 매출이 6% 줄어든 것에 주목하고 있다. GE캐피털은 그룹 전체 이익에서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계열사다. 주가는 분기 실적이 발표되던 지난 11일 9% 떨어진 데 이어 15일에 또 5%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사흘동안(거래일 기준)5백30억달러나 줄어들어 3천1백60억달러로 밀렸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1백50억달러 차이로, GE 주가가 1.5달러 가량 더 떨어지면 1,2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GE 주가는 제프리 이멜트가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나 떨어져 이멜트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잇따라 비판적 의견=뉴욕 타임스가 최근 여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작성한 GE 관련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기사에서 회계전문가이면서 펀드매니저인 로버트 올스틴은 GE가 지난해 큰 이익을 낸 데는 세금감면·자산매각 등 영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요인들이 상당히 작용했으며,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31달러선인 GE의 주가가 2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GE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장부에 나타나지 않은 잠재적인 부채가 4백32억달러나 된다"고 지적했다. GE측은 뉴욕 타임스의 이 기사에 대해 "편견에 가득찬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저널도 최근 전문가를 인용, GE가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자금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기업어음을 갚으라는 요구가 몰릴 경우에 대비, 은행에서 대출한도(크레디트 라인)를 확보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GE측도 이런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GE가 최근 11개 대형 은행에 대해 최대 10억달러의 대출한도를 요청했으며, 그 중 골드먼삭스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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