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의 잣대로 검증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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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택, 2002 대선'의 국민적 과제를 둘러싼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3金시대에 힘을 썼던 변수들이 주춤하면서 정치현장과 유권자 의식에서 변화의 흐름이 드러난다. 지역과 연고주의 기세에 눌려 맥을 못 썼던 후보들의 정책과 이념이 선택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다. 후보들의 정책·이념·신념체계를 따져 투표하는 수준 높은 선거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대선 예비주자들의 정책·이념성향을 '보수-진보'의 잣대 위에 늘어놓은 본지 기획은 그런 흐름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다.

'정책과 비전의 선거'는 우리 정치의 숙제다. 3金시대에 정책과 비전의 변별력(辨別力)이 떨어진 것은 좋은 정책이면 서로 베끼고, 이념·정책논쟁이 벌어지면 서로를 색깔론 함정에 집어넣으려 했던 탓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후보의 국가관·이념이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지, 그것에 바탕을 둔 정책이 경쟁력있는 국가경영 상품인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 유권자의 변화된 자세다. 최선·차선(次善)이 아닌 차악(次惡)의 네거티브 선거문화에서 벗어나자는 게 국민적 요구다. 그런 국민적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후보들의 정책·이념을 놓고 다양한 검증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소재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치열하고 민감한 쟁점들에 대한 정치인 및 대선 후보들의 인식과 해법을 두차례 다룬 본지의 '의원 및 대선주자 노선 대해부'는 그런 소재의 하나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다만 이번에 노무현 후보가 "계량화된 수치가 색깔 공세의 자료로 악용될까"하는 이유를 내세워 설문에 응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이념성향을 무턱대고 좌우로 가르는 색깔론을 거부할 것이다. 대신 정책의 경쟁력·추진력을 높이는 요소로 이념성향을 바라보고 있다. 국가·정치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CEO 대통령'를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인 이같은 기획을 본지는 계속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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