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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 '살벌한 링'서 살아남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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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모래판을 떠나 K-1으로 간 최홍만의 앞길은 소위 '살인병기'들이 득실대는 험한 정글이다.

2m18cm의 키를 무기로 씨름에선 정상(천하장사 1, 백두장상 2회)에 올랐지만 이종격투기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겨루는 방식이 달라 쓰는 근육도 다르고, 권투선수 못잖은 스피드와 강한 맷집도 필수다.

첫 상대로는 일본 스모의 최고 자리인 요코즈나를 거친 아케보노(2m3cm.230kg)가 유력하다. K-1 주관사인 일본 FIG의 다니카와 대표는 16일 "아직 첫 경기 일정과 상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아케보노나 미국프로풋볼(NFL) 출신의 밥 샙 등 개성이 강한 상대들과 맞붙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밥 샙(2m.155kg)은 들소 같은 힘으로 무작정 달려들어 사정없이 주먹을 날리는 '검은 괴물'이다. 웬만한 맷집과 스피드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35세인 아케보노 역시 무한정으로 보이는 힘과 맷집을 자랑한다. 하지만 K-1 링에 다섯번 올라 모두 졌다(두번은 KO패). 빠른 주먹과 발길질에 익숙지 않고, 민첩한 발놀림이 없어서다.

K-1에서 공격의 실마리가 되는 '로 킥'(낮게 상대의 하체를 걷어차기)은 단련되지 않은 선수들에겐 쇠몽둥이로 맞는 것과 같다고 한다. 엄청난 충격에 심하면 다리뼈가 부러질 정도다. 주로 머리를 노리는 '하이킥'도 필살기다. 현 챔피언인 네덜란드의 레미 보냐스키(1m93cm.104kg)의 특기다.

격투기에서 실력이 비슷한 경우가 아니라면 키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K-1은 아니지만 브라질 농구국가대표 출신으로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에서 뛰고 있는 2m30cm의 거한 자이언트 시우바도 1승3패다. 동작이 상대적으로 굼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홍만이 최소 1년 정도는 훈련을 해야 격투기 선수로서 틀이 잡힐 것"이라고 봤다. 잠재된 소질이 발굴돼 예상 못한 뛰어난 기량을 갖출 경우 아케보노나 밥 샙과 경기를 하고, 이기면 최강자들이 출전하는 월드그랑프리에 나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경우 흥행을 위한 이벤트용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니카와 대표는 "천부적인 체격과 운동능력을 가졌고, 현대적인 개념에 맞는 캐릭터를 지녔다"고 최홍만을 평가해 두 가지를 다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성호준 기자

*** K-1 어떤 선수들 있나

지난해 챔피언이 된 보냐스키(28)는 특유의 탄력으로 순식간에 높이 솟구쳐 공격하는 발기술이 특기다. 모델 출신의 미남에 매너도 좋아 여성팬이 많다. 보냐스키 이전의 최고 선수는 '미스터 퍼펙트'로 불리는 어네스트 호스트(39)다. 1m95cm.107kg으로 보냐스키와 같은 네덜란드 국적의 흑인. 둘 다 킥복싱보다 공격 방식이 더 다양한 태국 격투기 '무에타이' 출신이다.

밥 샙(31)은 잉글랜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못잖은 TV 광고 모델료를 받는다. 최근에 영화배우로도 나서면서 경기 출전은 좀 뜸해졌다.

턱이 약해 아직 우승은 못했지만 헤비급 복서였던 프랑스의 제롬 르 밴너(1m92㎝.126㎏)는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인정받고 있다. 크로아티아 경찰 출신이어서 '크로캅'이라는 별칭을 얻은 미르코 필로포비치와 마크 헌터 등 강자들은 최근 프라이드로 무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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